그러지 말라고 그토록 경계했던 것이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펭귄 블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계속되는 독박 육아와 육아의 고통으로
하루를 어떻게 사는지 모르던 나에게
당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풀리고 있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에게,
세 아들의 엄마이자(일단 존경합니다 선배님), 간호사이자, 서핑을 즐기던 샘 블룸.
태국 여행에서 썩은 나무 난간이 부서지면서 아래로 떨어져서 하반신 마비가 된다.
그리고 블룸네 가족으로 찾아온 까치(아이들이 펭귄이라고 이름지어준).
이 새와, 그리고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통해 샘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된다.
첫째 아들 노아를 제외하고 둘째 셋째 아들은
영화 내에서 사실상 별 비중은 없었지만, 제대로 아들들의 모습이었고,
다만 노아는 나무 난간에 엄마가 기댄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해서
죄책감에 시달리며 엄마와 서먹해지는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주었다.
이래나 저래나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과 감동과 눈물이었고,
(그리고 1층짜리 주택에서 아이들이 옥상에 올라가 트램펄린이 있는 아래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또 주택 앓이, 호주앓이 좀 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더더욱 감동이었지만,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것은,
그래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들지만
적어도 내 다리는 멀쩡하잖아?
아니, 적어도 우리 아이들의 다리는 멀쩡하잖아?
다행이야.
남의 불행을 보고 그래도 나는 좀 낫네 하고 느끼는건
아주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
마치 어느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역에 가서 노숙자들을 보며
“자 너희는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해”라고 한 교육이
얼마나 나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미 차고도 넘쳤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나에게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은
적어도 내 다리가 멀쩡하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그냥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할까.
매일 아침에 눈을 떠서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분주하게 출근을 준비하고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또 가끔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터무니없는 행정업무를 하며 “왜 교사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거냐”며 열폭하기도 하고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가방을 미리 주섬주섬 싸며 아이를 픽업하러 갈 준비를 하고
또 집으로 제2의 출근을 하면 저녁 먹이고 씻기고 어쩌구저쩌구…
그 일상의 소중함.
그 피곤하고 별볼일 없고 전혀 신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소중한지
되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