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속에 든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것.

by 메이

최근에 아주 좋은 일이 생겼다.

나와 같은 직업에,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아이 엄마가 같은 동 같은 라인 16층에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직장에서 근무한 적도 있으셔서 공통분모도 엄청 많고, 밝은 성격에 경험도 많으셔서 배울 점도 많다.

그게 다가 아니라, 그 아이 엄마는 성격도 너무 밝고더군다나 나와 똑같은 주말부부였다!!

이건 마치, 놀이터에서 다이아몬드를 주운 것처럼 경이로운 일이었고,

하루하루 버텨내며 살아왔던 나의 오후에 한줄기 같은 빛이 되었다.


그 16층 아이는 심성이 착하고 우리 첫째보다 한살이 많긴 하지만

우리 아이와 죽이 잘 맞아서 둘이 놀기 시작하면 나는 손이 갈 곳이 없었다.

종종 과격한 말을 해서 나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지만,

그건 그 또래 아이들이 다 그러려니 하며 어느 정도는 쿨해지기로 했다.

(반복적으로 과격한 말을 할 때는, “이모 생각에 그 말은 안 예쁜 말인 것 같은데…?”정도로 언질을 주고 말았다.)



16층 아이 엄마를 알게 된 후,

나의 생활에는 활력이 생겼다.

나 혼자 외로운 게 아니었어.

나처럼 묵묵히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 또 있었고,

그런 사람이 무려 잠옷 차림에 엘리베이터 한 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다니.

찰리 푸스의 one call away를 차용하자면 one elevator away의 위층 언니!!



얘기할수록 좋아지는 이 언니,

아직 안 지는 2주 정도밖에 안됐지만

이미 아침에 16층 아이 학교 등교도 시켜보고

부담 없이 혼자 와서 밥 먹고 가기도 하고

우리 아이를 그 언니가 맡아 주기도 하고

인스타 친구도 되었다.


그런데 언니의 인스타를 보니,

주말부부로서의 삶,

그리고 친정엄마에게 기대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

맥주가 친구라고 얘기하는 점,

그런 것들이 나를 꼭 닮아 있었다.


그래도 밖으로는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다.

언니는 애 하나니까 나보다 낫겠지, 라며

언니의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을 합리화하려고 했던 나를 보며,

직장에서도 일부러 더 에너지 넘치는 척,

유머러스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에 익숙해진 나를 보며,

역시 사람 속을 바깥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언니의 마음속을, 결혼 생활 내내 주말부부로 살았을 언니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나보단 나을 거야, 그런 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또 씩씩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더더욱 부지런을 떨며 건강을 지키며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나의 마음속에 있는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다스려보기로 결심했다.

결코 쉽지 않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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