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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Feb 10. 2023

인생이 뭐 별거 있나, 하는 생각이 들때.

굳이 인상을 쓸 일일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뉴스를 접한지 며칠이 지났다.

튀르키예는 우리 부부가 신혼여행을 갔던 곳이었다.

처음 뉴스를 보고, 무너진 건물과 사상자의 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우울증으로 몇달동안 힘들었던 나는

마치 이태원 참사때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사람은

어느 순간에나

내가 의도하지 않은 그 어떤 순간에도

죽음의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그 죽음은

너무 허무해.

나는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그 시각 그 곳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생명을 잃게 된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허무해.


며칠 사이 늘어가는 사상자의 수를 보며

그리고 그 추위에 노숙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며

인생은 뭐지

나는 분명 오늘 아침에도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인생은 뭐지.

내 고통은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과거에 대한 후회에 사로잡혀

혹은 누구의 삶을 동경하며

혹은 누군가를 원망하며

그렇게 살기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기에.


멀쩡한 집에 살고 있는 나는

멀쩡하지 않은 두 아들과 1, 2월 내내 고군분투해야 했지만

적어도 멀쩡한 집에 살고 있으니 그것조차 다행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도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


어린이집만 가자고 하면 “아니야”라고 하던 둘째는 뜬금없이 신나게 어린이집에 등원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학원도 다니지 않겠다고 선포했던 예비초2 첫째의 입맛에 맞는 태권도 학원을 기적적으로 찾은 것도 오늘이었으니

오늘은 분명 충분히 행복한 날이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로 매일 괴로워하던 나에게

내 오랜 친구는

30키로의 거리를 운전해서

나에게 책 한권을 주었다.

친구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현재없는 과거를 살게 하니
후회는 다만 고통을 더할 뿐이다


내가 생각보다 가진 것이 많고

고통을 더하고 싶지 않기에,

후회는 이제 그만하고

또 하루 살아갈 힘을 충전해서

2월 둘째주 금요일을 멋지게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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