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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Mar 05. 2023

느린 아이 소모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오픈카톡에 우연히 초대를 받았다.

매일 몇백 개의 메시지가 오가는 그 단톡방에는,

유난히 내가 사는 지역의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이 한번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이번주에도 원래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장소를 결정하는 것 때문에 우왕좌왕하다가 모임이 취소될 뻔했는데,

극적으로 우리 집 근처에 대관가능한 키즈카페를 발견해서

어쩌다가 내가 모임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임이 몹시 기대되었다.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이렇게 고생하고  이렇게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것이,

비단 나 혼자가 아니라,

때론 더 증상이 더 심한 아이도 있고,

그 와중에도 긍정적인 부모들을 무척이나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모인 7팀의 가족.

대관을 했지만

마치 우연히 모인 7팀의 가족처럼

아이들은 서로에게 눈길도 관심을 전혀 주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엄마들끼리 대화도 종종 나누었다.

어떤 치료를 받고 있냐, 진단은 받았냐 등등


다 함께 모여 인사하거나 소개할 시간도 없었다.

스치듯 지나가며 급하게 인사를 할 뿐이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총대를 멘 내가 “모여서 인사라도 한번 해요!”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우리는 도망 다니는 아이들을 붙잡고 2초짜리 인사를 나누었다.


헤어지기 전,

우리는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이라도 찍자고 했다.

그렇게 찍은 3장의 사진.

그 사진을 찬찬히 보며,

단 한 명의 아이도 카메라를 보지 않고 있는 모습,

안겨있지 않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

그 모습들이

되려 정겹게 느껴졌다.


아마 다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오늘 모임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용기를 낸 모임이었다.


오랜만에 키즈카페에서 즐겁게 놀고 온 우리 둘째,

비록 친구를 사귀진 못했지만

엄마에게 안겨서 잠든 너를 보며

또 다음 주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다음 주는, 더 나아질 거야.

조금씩 계속 조금씩 더 나아질 거야.

내 마음도,

너의 성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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