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의 만남이 조심스러운 이유도 어이없고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방황하면서,
낮잠을 자지 않고 컨디션이 엉망이 된 아이를 치료센터에 데리고 가니 치료실에서의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다.
루틴이 중요하니,
일단 어린이집을 보내긴 보내야겠고,
그러던 와중 장애전담 어린이집이 30분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가보니
시설이 너무 좋고, 교사 1인당 3명의 아이를 돌보니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하지만 장애전담이라는 이름이 내 맘을 찢어지게 만들었다.
장애 전담이라니.
장애아만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가 다니다니.
그것도 4살인데.
처음엔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프레임이 두려웠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 체면을 내려놓고
여기가 과연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를 치료사들 선생님께 돌아가며 여쭈어보니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는 또래 자극이 좋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득과 실이 있을 거라며.
나는 치료사 말고 의사의 소견이 궁금했다.
우리 애는 도대체 뭘까.
진짜 자폐일까.
자폐면 심각한 자폐일까 경한 자폐일까.
장애 전담에 가야 할 정도의 자폐일까.
아니면 적당히 일반 어린이집에서 묻혀서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자폐일까.
그 생각에 의사를 만났다.
그렇지만 비밀스럽게.
왜냐면 실비가 끊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40분 치료 수업에 8만 원을 내는 우리나라.
실비 처리하면 회당 16,000원 정도 돼서 그리 나쁜 가격은 아니지만,
병원에 가서 자폐 진단을 받으면 실비가 끊길 수 있다.
그래서 의료보험을 받지 않고 일반 급여로 생돈을 내고 비밀스럽게 의사를 만났다.
그렇게 비밀스럽게 만난 의사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고 하셨다.
일반 어린이집 갈 수준이 아니지 않냐고 하셨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네요 선생님.
진짜 우리 아이는 그럴 수준이 아니네요
고작 4살일 뿐인데
앞으론 그 수준의 격차가 얼마나 더 심해질까요.
자폐 성향이 짙지만 긍정적인 시그널도 많으니 잘 키워 보라고 하셨는데,
일단은 자폐라고 생각하고 치료하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지금으로서는 자폐라는 것이다.
나는 올해 아이를 잘 키워서
내년엔 숲 어린이집이나 ymca 아기스포츠단 같은 데를 보내려고 했는데
마치 9등급인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은 엄마의 허황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서글펐다.
놀랍게도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는 이 아이가 돌 무렵 문을 열고 닫고를 미친 듯이 반복할 때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매정한 말을 들어도
눈물이 날 뻔했지만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자폐일 거라고 두 돌에 세브란스 초진을 했다가 작년에 종결을 받고 잘 자란 우리 첫째는
방과 후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알아서 방과후학교를 가고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사이에 나는 둘째 aba 치료를 갔다가 와야겠지.
나는 누구를 위해 인생을 갈아넣을 만큼의 그릇이 안되는 사람이기에
눈 감고 딱 올한해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어찌 결정은 했지만,
그 시간에는 기한이 있으니
이 정도로 힘빠져선 안된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내게는 돌아갈 직장이 있고,
그리고 나는 그 직장이 너무 좋다는 것.
올해는 휴직을 1년을 과감하게 했으니
알뜰살뜰 올 한 해를 잘 살아서
우리 모두 성장해야 한다.
지칠 수도 있겠지만
지치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하며
올 한 해 우리 모두 성장해야 한다.
그 성장의 속도가 느릴지라도
실망하지 말고
조금 더 힘을 내보자.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