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반 어린이집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by 메이

며칠 전에 큰맘 먹고 만나고 온 의사는 우리 둘째에게 장애 전담이나 장애 통합 어린이집을 가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결국 한 반에 그나마 인원이 적은, 그나마 공간이 넓은 일반 어린이집을 찾고 찾아서, 상담을 하고 거기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이에게는 목표가 없다.

아이는 그냥 클 뿐이다, 제 속도대로.

다만 아이를 이끌 뿐인 나는,

일단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년 숲 유치원을 목표로 일반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갔다면, 선생님들이 좀 더 아이를 케어하셨겠지만

일반 숲 유치원을 목표로는 못 하겠지.


서울대를 목표로 죽어라 열심히 공부했지만

가진 게 너무 적어 지방 국립대 정도를 가게 된다 해도

애초에 목표를 낮게 잡고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고등학교 3학년만 7년 맡은 엄마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의 전략으로 살아남으려고 애쓰겠지.



물론, 오늘 일반 어린이집에 처음 가서

같은 반 아이들을 보고

또 한 번 좌절했지만,

(아빠 차는 하이브리드야, 기아차야 등등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우와…)

그래도 아이는 제 딴에는 35개월 즈음해서 한두 단어 얘기하더니

발음은 부정확하지만, 문장으로 얘기하기 시작했고,

(아빠차타자, 엄마차타자, 할머니차타자, 할아버지차타자,

형아 학교 갔어, 아빠 회사 갔어, 어린이집 가자 정도.)

안된다고 얘기하면 멈칫하기도 한다.


아직 언어확장이나 규칙 지키기 등을 하려면 한참을 달려야겠지만,

그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고,

나는 다만

지치지 않으면 된다.


그러니,

오늘도 화를 내고, 때로는 한숨을 쉬고, 때로는 눈물을 흘렸지만

다시 눈물을 닦고

내일 또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아직 오늘이 남았지만,

그래도 정말

애썼어.


토닥토닥 나 자신,

토닥토닥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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