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월의 둘째.
세 돌이면 자폐니 뭐니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세 돌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둘째는,
느리지만 즐겁게, 그리고 매일매일 착실히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자폐일까 아닐까는 더 이상 나에게 궁금한 사항이 아니다.
자폐이든 아니든, 내가 사랑하는 아이라는 사실, 그리고 어떻게든 바르게 잘 키워야 할 나의 자식이라는 사실.
그것이 이제는 포인트가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긴 부분에서, 나는 올해 휴직은 정말 잘한 일이다. )
둘째는,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치료사 선생님들께 애정을 가지기 시작했고,
때로는 지시 수행이 너무 잘된다는 피드백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시작한 미술치료에서,
40분 동안 단 한 번도 자리 이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미술치료 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사실에,
뭐랄까, 그 가슴 벅찬 뿌듯함이란…
정상발달 아이였다면 그 정도로 뿌듯함을 느꼈겠냐마는… 식의 이야기도 이제는 나에게 씁쓸한 부분이 아니다.
비교가 의미가 없고,
우리 첫째가 그러했듯,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그게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든 간에 성장하기는 성장하고,
엄마로서 나는 그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봐 주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38개월의 둘째에게 생긴 변화라면,
일단 그렇게 고민했던 “일반 어린이집 vs. 장애전담어린이집”에서,
일반 어린이집을 선택한 것에 대해 나 자신을 무척 칭찬하는 게,
놀랍게 적응을 잘했고, 이번주부터는 낮잠까지 자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래서, 나도 그토록 가고 싶었던 요가원에 등록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아이 육아는 장기 전이지 않은가. 내 건강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물론 “엘리베이터 타자” “오르막길 가자” “세차장 가자” “지하주차장 가자” 뭐 이런 식의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잔뜩 하긴 하지만
좋냐 싫냐는 질문에 “예, 아니야”와 같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때로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자기 기저귀 냄새난다고 막 ”아 지지~~~“그런 거…ㅋ)
단어를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어린이집을 “아기래”라고 하고, 선생님을 “따도기”라고 한다)
그리고 대근육이 얼마나 훌륭한지,
스트라이더를 쌩쌩 타기도 하고,
집라인 따위는 1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웃음이 정말 많아졌다.
같이 놀자고 조르기도 하고, 나가자고 떼쓰기도 하지만
장난치고 웃고 자지러지고,
그런 것들이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울 정도로, 그래서 꼭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행복인지 모른다.
분명, 때로는 화가 나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를 때도 있고,
모르는 척하고 가버릴 때도 있지만,
내 일상의 색깔을 얘기하자면, 칙칙한 빛깔은 절대 아니다.
나의 일상은, 그리고 나의 소중한 아이들의 일상도, 나름대로 빛나고 있다.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내년엔 복직을 해야 하고
아이는 5살이 되기에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러려면 장애등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고 알아보고 있기도 하다.
자폐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8명에서 단톡방을 열어 매일 아이들과 활동한 일상을 공유하고,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치료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서로 조언을 주는 것 또한,
내 일상이 마냥 칙칙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일의 너는 또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내일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기대를 가지며
아이들과 조금씩 성장해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