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사람이구나.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항상 그랬다.
지방에 계시는 양가 부모님과 멀리 출퇴근하는 남편,
아이는 항상 오롯이 내 몫이었다.
나는 항상 도움이 필요했지만 진짜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는 발을 동동 굴리며 도움의 손길을 찾아야만 했다.
미리 계획할 수 있다면 물리적 거리가 먼 부모님이 오시거나 남편이 휴가를 쓸 수 있다지만,
어린이집에서 애가 다치거나 등원했는데 갑자기 아프거나 하면
그 감당은 항상 내 몫이었다. 동료 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바꾸고 아이를 데리러 간다.
첫째 때는 그랬다.
첫째가 언어가 느리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업무 시간이 빠듯하니(고3담임까지 했었으니)
언어치료는 홈티로 했고, 주 1회 놀이치료는 저녁 6시에 했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천근아 교수가 우리 첫째 8살이 되었을 때 얘는 정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둘째는 다르다.
요 녀석은, 뭐랄까…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아니지만,
가만히 두면 혼자만의 세계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않을 것 같은,
하루종일 자동차 바퀴를 굴릴 수 있을 것 같은 이 녀석은, 무조건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은 휴직 중이라 주 8회의 치료를 다니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내년에 복직을 하면, 지금만큼의 치료를 유지할 순 없겠지만,
또 종종거리며 치료실을 오갈 나를 생각하니
뭐랄까 또 숨이 턱 막혔다.
자폐 아이를 키운 미국 엄마들 책을 읽으면서 슬프게도 내가 가장 크게 와닿았던 점은
아이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와 나라가 정말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구나.
그것도 팀을 이루어서 아이 한 명을 제대로 돌보고 있구나.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미국 엄마가 “자폐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운 점 하나는 사생활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했는데,
사생활이 없다는 말은 너무나 많은 전문가가 집을 방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보험사에서 치료 지원 안 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이 시국에,
게다가 우리 동네에는 특수학급 인원도 너무 적은데,
그렇다고 통합반 어린이집을 지원하려고 했더니
뭐? 티오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하고,
그나마 평이 좋은 숲 어린이집은 태어날 때부터 대기를 걸었어야 한다고 하고,
답답함이 몰려와서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확 들었다.
우리 집에,
전문가가 아니라도 좋으니
제발 누구라도 우리 집에 와서 나 좀 도와줘요.
제발 나 좀 도와줘요.
내게 필요한 것은 항상,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절한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