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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Jun 16. 2023

의사의 역할

약을 주고 치료를 하라고 말하는 것

메디키넷 15미리를 몇 달째 먹고 있던 첫째의 한 학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학교수업이야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니 그다지 어렵지 않아 잘 따라가고 있고,

집이 초품아다 보니, 게다가 과밀학급의 학교다 보니 집 밖으로만 나가면 아이들이 넘쳐나는 곳이라 친구들도 꽤 사귄 것 같고,

스스로 책을 안 읽던 아이가, 학습만화이긴 하지만 열심히 독서도 하고 있고,

다니고 있는 학원도 군말 없이 다니고 있고…

나름은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adhd약을 먹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이 아이를 도와줘야 할지 검사를 해보려고 다니고 있던 병원에 대학병원 의뢰서를 받으러 갔다.




우리나라엔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500명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첫째가 처음으로 세브란스 천근아 교수님이 아닌 동네에 있는 소아정신과에 갔던 2년 전에는 진료받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갔을 때는,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이었는데도 거의 1시간을 기다렸고,

보아하니 학교를 빠지고 온 친구도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요즘 첫째가 어떤지 물어보셨다.

잘 지내고 있고, 담임선생님 피드백도 좋지만 책 읽을 때 단어를 몇 개 빼고 읽는다던가,

그러자 대뜸, 약의 용량이 적어서 그렇다고 한다.

메디키넷은 몸무게에 대비해서 먹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26킬로니까, 10은 더 늘여야 한다고 하신다.

네 선생님.



친구에게 가끔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던가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그러자 사회성 치료를 권하신다.

저학년 때는 괜찮지만 고학년이 되면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신다.


또요?

또 치료를요?

이미 둘째를 치료실에 주 8회 데리고 가고 있는데

첫째도요?


소리를 지를 뻔했다.




태권도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친구를 찾고 있었다.

몇 명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일 미국으로 떠난다는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밥을 먹고 학습지를 좀 하고, 또 책을 좀 읽다가 잠이 들었다.

아이를 물끄러미 보았다.

잘 크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잘 크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고

증량과 치료를 권하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니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의사 선생님은 본인의 역할을 다하셨을 뿐이다.



올해 벌써 6월이 되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첫째가 친구와 더욱 잘 지낼 수 있도록 적절한 코칭을 해주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책 읽기도 도와주고,

그렇게 나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



아이는, 그러한 서포트 속에서

자신의 속도대로 잘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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