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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Jun 20. 2023

아이의 성장은 복리처럼

네가 못할거라 생각해서 제공하지 않았던 그 수많은 것들

집 근처 상가건물에 쥬라리움(동물들이 있는 키즈카페)이 있어서 둘째와 갔는데,

둘째는 쥬라리움에 한발짝도 들어가기 싫어했고, 쥬라리움 앞에 있는 에스컬레이터에만 관심이 있었다.

겨우 아이를 안아서 쥬라리움에 입성하긴 했지만, 냉큼 뛰쳐 나온다.

결제하자마자 환불을 받고 나와서 아이와 에스컬레이터를 5번 왕복하다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그 작은 아이에게 소리를 빽빽 지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와중에도 부모 또는 조부모의 손을 잡고 쥬라리움에 들어가는 즐거운 표정의 꼬맹이들을 신난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아야 했다.


어떤 낯선 곳에 가도 먼저 뛰쳐나오는 행동이 반복 되자,

나는 아이를 데리고, 바다로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래, 억지로 돈 쓰고 가서 어디서 뭘 하는 것 보단 그냥 자연에서 놀게 하자.



장난감도 뭘 사주면 제대로 갖고 노는 법이 없었다.

관심자체가 없어도 너무 없다. 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자동차라도 좋아한다는데 뭘 갖다줘도 안갖고 노니, 장난감도 어느순간부터 구매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업무 때문에 바쁘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무관심 했다.


그렇지만,

또래 아이들은 그 사이에 끊임없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극을 받고, 정말 도약하듯 성장을 했고,

안그래도 발달이 느리고 매사에 관심이 없는 우리 둘째는, 자신만의 틀에 더욱 갖히게 된 듯하다.

자기가 아는 거, 자기가 해본 거, 그것만 강화되어서 더더욱 반복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아차 싶었다.

우리 아이가 관심이 없다고 자극을 주기를 멈추는 것은, 사형선고와 같다.

관심이 없으니까 더더욱 들이대고, 실패하면 다음에 또 해보고, 그렇게 반복을 해야 하는 것을

나는 어떻게 그렇게 그걸 쉽게 포기를 했을까.


오늘은 아이와 더 신나게 놀아보려고 한다.

비가 오니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걸어가보려고 한다.

저녁에는 그동안 갖고 놀지 않았던 장난감을 다 끄집어 내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협조적이지 않은 남편에 대한 불만과 도움 받을 곳이 없다고 속상해 하기를 멈추자.

일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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