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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Jun 29. 2023

갑자기 불안이 몰려올 때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가, 아니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다가올 때…

나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2월에 새 동네로 이사를 왔을 때 그때의 몹시 불안함은,

어느덧 3월 말 둘째의 어린이집 정착과 첫째의 학교 적응으로 어느덧 해소가 되었고,

둘째의 센터 스케줄의 안정화와 첫째의 학원 스케줄 안정화는 내 마음에 큰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스케줄의 안정화가 전부는 아니다.

매일 새로운 이벤트가 생기고, 안정적이다가도 어느 날엔 미쳐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솟구칠 때도 있고,

아이의 미래가 두려울 때도 있다.


우리 둘째는 배변훈련에 실패했다.

며칠 동안 하원 후 기저귀를 벗겨놓자 변기에 가서 쉬야를 하기도 하고 응가를 하기도 하고,

팬티 거부가 커서 그렇지 그냥저냥 괜찮게 기저귀를 떼겠다 싶었는데,

아이가 불안했는지 안 그래도 산만한 애가 안절부절못하며 왔다 갔다 거리는 모습을 보자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이왕 시작한 거 끝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고집스럽게 아이의 기저귀를 벗겨놓았지만,

세탁기와 선풍기에 더욱 집착이 늘어난 둘째의 모습에,

그리고 장염까지 더해져서 설사를 하기 시작한 둘째에게

두 손 두 발을 들고 말았다.


기저귀를 채워놓자 둘째는 비로소 안정을 찾고 퍼즐을 맞추는 활동도 가능해졌다.

둘째의 배변훈련은 생각보다 장기전이 되겠구나 싶었다.


기저귀를 못 뗀다면 내년에 유치원은 갈 수 있을까.

아니, 유치원을 갈 수 없다면 어느 어린이집을 갈 수 있을까

그럼 나는 또 복직은 할 수 있을까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나는 나를 다시 괴롭혔다.


아직도 아이의 발음은 나와 언어 선생님만 알아듣는 수준이고,

주변 사람에게 큰 관심은 없고,

인지능력도 한참 떨어지는 것 같고,

어찌 보면 불안해도 한참 불안한 둘째인데

나는 둘째의 스케줄이 안정화되었다는 이유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던 것이다.


여하튼 평화는 좋지만,

아이의 발달이 제자리라면,

그리고 아직 한참 부족하다면,

다시 한번 재정비하고 뛸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갑자기 불안이 몰려왔다는 것은,

이 평화가, 지속될 수 없는 평화라는 의미일 것이다.


알레르기 검사도 해보고, 뇌파 검사도 해보자.

하나하나, 무서워도 두려워 말고 시도해 보자.

오늘부터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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