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Aug 03. 2023

공격성 없고 산만한 나의 자스 아들

공격성은 없어서 다행이야…?

한 달 전 분당 서울대 유희정 연구팀에서 실시한 자폐진단검사 결과가 나왔다.

나는 검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검사 과정을 보며 우리 아이는 자폐가 맞는 것 같다고 엉엉 울었던 기억을 뒤로한 채

결과가 궁금하면서도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ados 검사에서는 절단점이 8점인데 맑음이는 무려 18점이 나왔다.

adi-r 검사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기준에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특성”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단기준 2배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이 이번달인데, 나는 ‘우리 아이는 애매한데? 말도 조금씩 늘고, 공격성도 없잖아!‘라고 했던 것이 나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는 장애다. 치료로 호전될 수야 있겠지만 고쳐지진 않는다. 최대한 장애가 티 나지 않게 훈련을 하는 것이다.

나는 장애아로 살기보다 더 힘들다는 장애아의 부모가 된 것이다.


그래도 돌 무렵 때처럼 나를 죽어라 물진 않아

그래도 요즘은 말을 조금씩 해

그래도 기저귀도 순식간에 뗐어

그래도  그래도…

라는 말들로 아이가 “장애”일 거라는, 한평생 “일반적인”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애써 모른 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호명반응이 낮고, 또래에 관심이 없고,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산만함, 그래서 책 읽기니 선긋기니 아무것도 안 되는 너.

발음이 부정확해서 나의 통역 없이는 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너(그마저 나도 종종 못 알아듣는 말이 있다는 게 더 좌절)

어느새 그런 너에 익숙해져서 너는 원래 그렇지, 하며 쉽게 포기해 버리게 되는 나도 어느덧 자폐아이에게 익숙한 자폐아 엄마가 되었다.

또래 아이들을 보면 일부러 눈을 피해 애써 외면하고,

또래 아이들이 한다는 교육프로그램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말이다.


맑음이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받으며 ”우리 아이 좀 보세요, 우리 아이 진짜 자폐 맞나요? “라고 필요조차 없어진 오늘의 검사 결과.


어떻게 더 담대해질 수 있을까.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더 잘 키워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나의 꿈과 너의 장애가 어떻게 공존하며 무지개빛깔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







매거진의 이전글 41개월에 갑자기 기저귀를 떼기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