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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카레만 있나요?

처음으로 인도음식 도전한 날

by 자유영혼 깡미

델리에 발을 디딘 다음날, 델리의 관광지 중 하나인 레드 포트로 향했어. 인도 무굴제국 시대 때 지었던 성인데 성벽이 붉은 사암으로 쌓아서 만들어져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 역사적 사실은 가이드북에 쓰여 있는 설명 정도만 인지한 채 내 눈으로 인증하고, 사진으로 다시 한번 인증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었어. 사실 이 날 레드포트에 방문한 게 중요 포인트는 아니고 내가 인도 음식에 도전했다는 게 핵심이라는 거!


빠하르간지에서 레드 포트로 가기 위해선 뉴델리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찬디촉 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되는데 찬디촉에 도착했을 때,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먹을걸 찾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어. 인도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먹는 끼니였기에 신중을 기했지. '대체 뭘 먹어야 하지... 인도에 왔으니 카레만 주야장천 먹어야 하는 건가...? 여기는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도 제대로 없는 것 같고... 내가 과연 인도에서 끼니를 잘 챙겨 먹을 수 있을까...?' 음식을 영접하기 전, 수많은 걱정부터가 앞섰어. 동남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 노점들이 잘 되어있어 끼니 걱정을 한 적은 없었거든. 하지만 인도 먹거리는 카레 말고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먹어보는 음식 하나하나가 도전 그 자체였으니까. 이런저런 걱정을 계속하며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음식을 먹고 있는 노점 식당을 발견했어! 그곳을 본 순간, 바로 저기다! 라며 두 눈을 반짝이며 달려갔지. 아니나 다를까 우선은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같은 게 만들어지고 있었어. 밀가루 반죽을 바삭하게 튀겨서 먹음직스럽게 빵빵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내 눈에 익숙한 카레 같은 음식도 보였어. 심지어 가격은 15루피라고 가판에 친절히 쓰여 있었지.


나 : (주저 없이) 이거 하나 주세요!


호기롭게 말하고 나니 음식을 먹고 있는 모든 인도인들이 날 쳐다보는 게 아니겠어. 그럴 만도 하지. 여행자라고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자 동양인이 인도 음식 먹겠다고 서있으니 말이야. 그렇게 음식을 받아 들고서는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주변을 둘러보며 고심하고 있었어. 왜냐하면 나에게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주었지만 내 주위의 모든 인도인들은 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어. TV에서나 봤던 풍경이 내 눈앞에서 라이브로 방송되고 있는 거지. '그래, 인도에 왔으니 인도법을 따라야지!' 하며 야무지게 손을 물티슈로 닦고서는 바삭하게 튀긴 빵을 쭉쭉 찢어서 카레에 콕하고 찍어 내 입에 밀어 넣었어. 그 순간,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맛에 놀라 눈이 번쩍 뜨이고 나도 모르게 계속 '음~ 음~'거리면서 음식을 먹고 있는 날 발견하고 말았어. 노점 주인은 내가 음식을 잘 먹는지 못 먹는지 계속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지 날 보며 계속 웃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해줬지!


나 : (엄지 척)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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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게 튀긴 빵의 식감과 맛이 내 입에 아직도 여운처럼 남아있어.

이 이후로 이만큼 맛있는 인도음식을 만나긴 힘들었어.

아, 탄두리 치킨은 예외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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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수준으로 빵을 튀겨냈던 아저씨.

인도에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달인으로 나올만한 인도인들이 지천에 널렸을 거야.



이 날 내가 먹은 음식은 '탈리'라 불리는 인도식 백반 정도라 생각하면 돼. 인도에서의 첫 식사를 15루피짜리로 이렇게 만족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첫 식사의 성공 때문이었을까? 이 날 두 번째 끼니인 저녁도 빠하르간지 부근의 메인 바자르 탈리 집을 서성이며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고르고 있었지.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가장 기본 탈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오전에 먹은 음식 때문에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아니면 '탈리' 마다도 음식 맛이 다른 건지 오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라 실망하고 만 거야. 3가지 종류의 카레가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내 입안을 즐겁게 해주는 카레는 찾아볼 수 없었어. 우리가 한국에서 접하는 익숙한 카레맛은 당연히 아니지! 이게 카레야? 할 정도로 뭔가 맹숭맹숭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 그렇다고 향신료 맛도 아니고... 아무튼 이 날의 저녁식사는 점심 식사와는 전혀 다른 실망감으로 앞으로 인도음식은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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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밥, 난의 조화가 입맛 돋우게 하는 비주얼이지만,

나에게 실망을 안겨준 인도에서의 두 번째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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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폼은 다 잡고 사진 찍는 걸 즐겼던 식당 종업원.



이후 인도에서 지내는 한국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인도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지 말라는 주의를 주더라고. 한마디로 음식을 더럽게 만드니 여행자들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에도 난 하루에 한 끼는 꼭 길거리 음식을 먹었어. 그런데 나에게 했던 충고는 거짓말이 아니었어. 인도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나의 배는 결국 탈이 났고 장염 약을 한동안 달고 살게 되었지. 안 그래도 더워서 기운 빠지는 날씨인데 장염에 약기운 때문에 며칠을 정신없이 보내야 했어. 그때부터였을 거야. 길거리 음식은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줄였고, 인도를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는 걸 음식으로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어.


그래, 이래야 인도지!

음식도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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