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떠난 인도 여행기, Prologue.
일본, 동남아 4개국 배낭여행, 대만 정도의 워밍업 여행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배낭여행을 할만한 다음 목적지를 고르고 있었어. 음.... 어디가 좋을까?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하나하나 손으로 집어가며 골랐지.
중국은... 여자 혼자 가기에는 너무 위험해!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내 몸의 장기가 없어져 있을 수도 있어!
러시아... 동양인을 무시한다고도 하고... 한국인 폭행사건도 있었고... 그리고 겨울에는 너무 춥잖아!
터키... 터키를 갈 거면 유럽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 돈은 없고... 넌 유럽 여행할 때로 미뤄둘게!
그럼 인도? 그래! 배낭여행의 고수들이나 간다는 인도를 도전해봐? 나름 동남아 배낭여행하면서 스킬도 쌓았으니 문제없을 거야!
그렇게 떠난 인도 배낭여행.
사실 부모님께 인도 여행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어. 말하면 당연히 못 가게 막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지. 그래서 내가 사용한 아주 아주 아주 극단적인 방법,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출발 전날 말하기!
나 : (밥 먹으며) 엄마, 나 내일 여행가
엄마 : 알고 있었어! 이 가시나(욕 아니고 사투리입니다)야!
나 : (당황하며) 헉... 어떻게 알았어?
엄마 : 맨날 방에서 꼼지락 거리며 짐 싸는데 그걸 모를 수가 있어? 가방은 좀 커? 숨길걸 숨겨라 이 가시나야!
나 : 엄마가 못 가게 할거 뻔하니까...
엄마 :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
나 : 인도................
엄마 : 미쳤어? 거기가 어딘데? 뭐하는 나라야?
나 : (밥 숟가락으로 맞을 것 같아 순간 손으로 가드 친 후) 여행자들 많고 안전해~ 걱정 마~ 3개월만 있다가 올게~
엄마 : (아주 큰 한숨을 쉰 뒤) 3개월? 이놈의 가시나가 미쳤나..! 그냥 나가버려!
나 : 조심히 잘 갔다 올게~ 연락 자주 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마~
50리터의 산악용 배낭과 간이 가방 두 개를 꽉꽉 채운다는 건,
여행의 고됨과 힘듦을 알려주는 복선과도 같은 것.
엄마의 존재가 된 지금, 내 딸이 인도를 혼자서 간다고 전날 이야기한다면, 비행기 표고 뭐고 다리몽둥이를 분질러서라도 못 가게 막았을 것 같아. 그게 엄마의 마음이란 걸 내 나이 27에는 전혀 알 수 없었으니 말이야.
그렇게 엄마에게 천청 병력 같은 인도 여행 커밍아웃을 한 뒤, 다음날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한 마지막 짐 챙기기와 인도 여행 계획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어.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가 가장 의욕적이고 설렘이 가득한 순간.
그런데 말이지, 나는 무슨 깡이었는지 인도에 대한 정보를 오직 가이드북으로만 찾고 있었어. 그래서 그랬을까? 인도가 얼마만큼 여자에게 위험한 나라인지, 얼마만큼 더러운 나라인지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거야. 여행하는 동안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었고, 심하게 아팠을 때도 있었지만 괜찮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 때문이었는지 오히려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었어. 그리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3개월의 여행 기간 동안, 인도를 한 바퀴 도는 것도 모자라 네팔까지 가려는 계획까지 세웠었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약 없는 여행이기에 한 번에 두 나라 같이 섭렵하기로 한 거지. 하지만 이 여행 계획이 얼마만큼 부질없는지는 여행 첫날부터 알 수 있게 되었어. 델리에 도착한 그 날부터 나의 일정은 모두 어그러지고 말았던 거야. 내가 여행하는 나라는 인도이고 다음날, 아니 한 시간 뒤의 일도 예상치 못하게 하는 곳이 인도니까 말이야.
그렇게 인도에 도착한 난, 얼마 지나지 않아 3개월 관광 비자로 여행 온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인도와 함께하지 못함에 엄청난 서글픔이 몰려왔었어. 어때? 너도 인도라는 나라를 경험하고 싶어? 그럼 6개월 비자를 신청하고 여행 계획일랑 인도 도착한 다음에 세우길 바라. 그럼 넌 진짜 인도를 여행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