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는 한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는 데 있어,
태도와 능력 둘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그리고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동료들에게 해 본 적도 있다.
그중에는 관리자로서 역할을 맡고 있어서 실제로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경우들도 있다.
태도가 좋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과,
일을 잘하지만 태도가 안 좋은 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을 뽑으시겠어요?
여러분은 어떤 답이 나왔을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그리고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고 싶은가?
보통은 태도와 능력 어느 한쪽이 극단적으로 높고 다른 쪽이 극단적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 질문을 통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은, 이러한 부분들이다.
'태도가 좋으면 역량의 차이를 메울 수 있는가?'
'능력이 좋지만 태도가 좋지 않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괜찮은가?'
'태도와 능력 중 어느 쪽을 키우고 인정받기 위해 더욱 신경 써야 할까?'
'채용이나 협업에 있어서 요구되는 태도와 능력의 하한선(필요 최소한)은 어디인가?'
'장점이 명확하면 단점을 가릴 수 있는가?'
*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나의 고민과 답변은, 어쩌면 극도로 성과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나 높은 목표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 같은 곳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원칙(Principles)'의 저자 레이 달리오는, 태도와 능력 두 부분 모두에서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니까.
그럼 지금부터 내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끔 만들었던 소소한 사례들을 얘기한 후에,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 사례 1 ]
중요한 국제회의의 통역을 수시로 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
나름대로 어려운 시험과 경쟁을 통과한 신입이 들어왔다. 그런데 회의를 몇 번 하고 나자, 과장님과 국장님 등 윗분들이 난리가 났다. 신입이 그분들이 원하는 만큼 일을 해내지 못한다는 거다. 반면 그 신입은 태도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매사에 서글서글하고 긍정적이고, 업무 관련해서도 열심히 하려는 티가 났다. 일에 대한 지적을 받아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신입의 실력을 키워보고자 노력했다. 나 역시 신입을 격려하는 한편, 신입이 우리 과에 남아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국 그 신입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자리로 가고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되었다.
[ 사례 2 ]
역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뽑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것은 세 명이었다. 한 명은 모든 일을 불평 없이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될 정도로 태도가 너무 좋고, 실력도 좋았지만 다소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거나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정확성이 조금 우수했다. 마지막 한 명은 실력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였지만 태도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이 자리에 너무나 오고 싶어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열띤 토론을 통해 뽑힌 것은 두 번째 사람이었다.
[ 사례 3 ]
또 다른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 최종 면접에 남은 지원자들을 두고 면접관들이 고민을 시작했다. 어둡고 음울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배제되었고, 최종적으로 면접관들을 고민하게 만든 것은 밝고 서글서글하고 긍정적인 사람과, 차분하고 조용하고 안정적인 사람 두 명이었다. 그리고 면접 결과, 둘 중 차분하고 조용한 쪽이 합격하게 되었다.
위에서 나눈 사례들은 공교롭게도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런 쪽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쓰다 보니 각 사례별로 나름의 시사점이 있는 것 같다.
[사례 1]의 경우를 보면, 중요한 자리라면 태도가 아무리 좋아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례 2]의 경우, 능력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태도가 좋은 쪽에 호감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자리는 당장 업무를 해야 하는 자리라서 두 번째 사람이 뽑혔지만, 만일 노력을 통해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있었다면, 태도가 좋았던 첫 번째나 세 번째 사람이 뽑혔을 수 있다.)
[사례 3]의 경우, 태도가 좋다는 것은 단지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고,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게으르지만 않으면 된다.
이에 더하여 위의 질문에 대한 지인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아무리 태도가 좋아도 일을 못하는 사람을 뽑을 수는 없어.
차라리 일을 잘하고 태도가 별로인 게 낫지.
그럼 결론적으로 보면, 어쨌거나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 내리면 편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사실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협업을 하다 보면, '점수' 또는 '성과'를 더 우선시할 것인지 아니면 '사람' 또는 '관계'를 우선시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 경우 나 역시도 '성과'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되묻게 되고는 한다.
성과를 내거나 결과를 내는 것이, 사람보다 더 중요한가?
우리나라가 유독, 업무성과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것 아닌가?
외국 사람들은 능력이 떨어져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을 때가 많은데,
우리는 왜 이렇게 일을 중요시할까?
물론, 각각의 자리마다 요구하는 역량이라는 것이 당연히 있다. 민간기업도 그러하겠지만 정부기관에서도 특히 고위직이거나 요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업무능력이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들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우리 사회가 성과와 능력을 우선시하는 일 중심의 사회보다는 사람 중심의 사회로 더 변화했으면 하는 막연한 소망이 있다. (나부터 그래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일을 조금 못해도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그 사람의 사정이라는 부분도 고려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너무 이상주의적인 생각인 걸까...? (그래도 필요 최소한의 수준은 넘어야 하겠지만.)
글을 마무리하면서, 몇 가지 생각들 추가...
1. 태도가 좋으면 역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한계도 있다.
2. 사람을 대해야 하는 일은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니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능력이 좋다는 것은,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업무 센스가 있다는 것.(이게 참 애매)
4. 경우에 따라서는 장점이 명확하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 자체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 이 글을 쓰다 보니,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과연 '능력'과 '도덕성'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공직자라면, 나는 도덕성에 조심스레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