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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의 주식투자 체험기 <3>

가치투자는 어려워

by Brightly


앞서 나누었던 것처럼, 내가 처음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나는 (분야를 국한하지 않고) 재정관리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어보았다. 그러던 중 나는 주식투자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어쩌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식 분야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막론하고, 재테크 서적의 저자들은 대부분 주식은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말을 했다. 다만, (당연하게도)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었다.


우량주에 투자할 것

2년에서 5년 이상, 장기투자를 생각할 것

자산의 위험성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 (주식이라도 경기에 민감한 주식이 있고 둔감한 주식이 있으며, 경기가 좋을 때 오르는 주식이 있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르는 주식이 있다.)

투자에 대한 원칙을 수립할 것 (예를 들어 언제 살 것인지, 수익률 몇 %에 팔 것인지)

목표 수익률을 설정할 것

가능하면 잘 아는 분야, 잘 아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할 것

고정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 이상적 (주가 변동에도 평온함을 유지하기 쉽다)

환율, 국제유가, 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들에 관심을 가질 것

초보는 ETF부터 관심을 가질 것
(워런 버핏은 '내가 죽거든 모든 자산을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시오'라고 유언장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당시의 나는 [다시 쓰는 주식투자 교과서]라는 책을 읽으며, '가치투자' 또는 '채권형 주식투자 방식'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이라고 하니까 더욱더 관심이 갔다.)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보장되는 방식이라니. 꿈과도 같은 투자방식이 아닌가? 그래서 나도 한 번 시도해보고자, 몇 가지 사항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가치투자란, 자산의 가치를 예측하고 분석해 자산가치 대비 현재 시장 가격이 충분히 낮을 경우 매수하고 가격이 높다고 판단하면 매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채권이란, 발행자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무증서의 성격을 가진 유가증권으로, 원리금의 현금흐름 스케줄이 미리 정해지고 만기가 도래하면 소멸된다. (예 :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



그런데! 이러한 가치투자를 하려면 일단 아래에 나열된 지표(EPS, BPS, PER, PBR, ROE)를 알아야 한단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암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표들을 단지 암기하는 것을 넘어서서, 공시된 기업 정보에 따라 각각 분석을 해본 후 투자를 해도 되는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기업 정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활용하여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은 메모...!) 그걸 판단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판단한 기업가치가 내가 목표로 하는 수익률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복리 승수 계산방식'으로 판단해야 한다.(이 계산방식이 보통 채권 수익률 계산에 쓰이기 때문에 '가치투자'를 '채권형 주식투자'라고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차로 당혹감이 몰려왔다.


우와... 나 그래도 (학점이 좋지는 않았지만) 나름 경제학도인데, 나한테도 어렵다니.
하긴, 돈 버는 게 쉽겠어?


그런데, 나를 더욱 당황스럽게 한 것은 다음 부분이었다.

아래 메모된 체크리스트의 세 번째 원칙.



내가 잘 알고 잘 이해하는 기업의 주식인가?




뜨악... 이차로 당혹감이 몰려왔다.


지금껏 내가 몸담았던 곳은 정부기관이고, 그것도 국방부이고... 안타깝게도 내가 잘 알고 잘 이해하는 기업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딱히 없었다. 방산기업? 그것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일뿐더러, 설사 잘 안다고 하더라도 방산주는 다분히 경기 민감주(또는 테마주)에 속하니, 위의 원칙에 맞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내가 '잘 알고 잘 이해하는' 기업이 어디인지를 꼽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요즘 남들이 다 투자하는 바이오주, IT주, 4차 산업, 클린 에너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등은, 위의 원칙에 부합하는 기업이 아니다. 애플도 테슬라도 위의 원칙에 따르면 가치투자에 적합한 곳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가치투자' 시도의 초입부터, 고민에 고민만을 거듭하며 약 2주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동료가 말했다.



공부 이제 좀 그만하고, 일단 뭐라도 한번 사 봐.
뭐든 하다 보면 늘어나는 거지.



주식투자를 실제로 하고 있는 동료가 보기에는 공부만 하고 있는 내가 꽤나 답답해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한동안은 위와 같은 동료의 말에도, '그래도, 공부를 조금 더 해보고...'라든지, '나는 가치투자를 할 거야...'라든지 하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다가 결국, '그래, 더도 덜도 말고 한 주만 매수해보자. 어차피 큰일 나는 거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 첫 주식거래가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매수했던 종목은 (가장 안전하게 보였던) [삼성전자 우선주]였다.



2020년 8월 14일
삼성전자 우 1주 매수
매수단가 50,000원



그렇게 나는 나중에 조금 더 경험과 공부가 쌓이면 가치투자를 다시 시도해보겠노라고 의지를 다지며, 주식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매수한 삼성전자 우선주가 지금은 7만 원대 후반이다... 더 많이 살 걸 그랬다. 하하하)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가치투자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꼭 다시 시도해 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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