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분야 중에는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쉽게 말해 경제적 측면에서의 인간의 실제 행동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분야이다. 고전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라고 가정하는 것과 달리, 행동경제학은 실제로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행동경제학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주식시장'이다. 즉, 행동경제학자들은 주식시장에서의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연구한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행동경제학자들 중에서도 주식 투자에 실패해서 전 재산을 잃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들도, 심지어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도, 주식투자에 있어서 합리적이거나 완벽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 그만큼 힘든 것이다. 주식투자 전문가들이라는 분들이 추천한 종목의 수익률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무작위로 고른 종목의 수익률 중 후자가 더 높았다는 얘기는 어쩌면 이제 너무 유명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주식투자를 할 때, 사람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심리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아래 내용은 [다시 쓰는 주식투자 교과서]에서 발췌했다.)
가격이 조금 상승하면 매도해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심리
가격이 조금 하락하면 투자대상에 대한 재검토도 없이 추가 매수하고,
더 하락하면 참고 버티다가, 하락이 계속되면 결국 포기하고 팔아버리는 심리
누군가에게 어떤 종목에 관해 얘기를 들었을 때 남보다 먼저 정보를 얻었다고 느끼는 심리
몇 가지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로 시장을 전망하고 이에 따라 투자하는 심리
외부에 변화가 생기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든 급히 변화시키고 싶은 심리
돈을 잃으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많은 리스크를 지고 베팅하려는 심리
될 대로 되라는 심리
주위 사람이 몰리면 따라 하게 되는 군중심리
주식을 처음 시작한 지 어언 6개월이다. 돌이켜보면 그래도 그나마도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이 내용을 알게 되었기에, 몇 가지 함정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어떤 종목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래, 이 정보는 내가 가장 마지막에 들은 거야. 이미 남들은 다 알고 있어.'라고 생각하고자 했다. 주위 사람이 몰릴 때도, 한번 더 생각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저러한 심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 장기투자를 하겠다고 해 놓고 가격이 좀 오르자 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분명 수익률 원칙을 세우고, 목표수익률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인내를 해야 함에도) 가격이 조금 오르면 팔고, 오르면 또 파는 단타(이게 토끼 매매인가)를 몇 번 했다. 게다가 몇 가지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로 시장을 전망하는 것 역시 그러했다. 분명 주식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환율, 유가 등 관련 경제지표를 유의해서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정석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그렇게 해도 실패하기도 한다.) 그런 노력들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출근길에 우연히 읽게 되는 경제 기사와 지인을 통해 듣게 되는 시장 관련 뉴스 등에 의존했다. (비록 우량주이기는 하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추가 매수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좀 부끄럽다. 그럴 거면 주식 공부는 왜 했을까?
물론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저렇게 해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분명 고쳐야 되는 점임에는 틀림없다. 나 역시 사람이라서 저런 심리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나씩이라도 더 고쳐나가 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다른 것보다도 단타가 살짝 중독 같은 느낌이라... 진짜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