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식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장이 너무나 좋았다. 소위 말해서 뭘 사더라도 오르는 장이었다. 특히 우량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금방금방 가격이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최고가를 경신하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그런 시장 상황을 한두 달 지켜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단타'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특히 2차 전지, 자율주행차량 관련 주식들이 하루 만에도 '떡상'을 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다 보니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단타를 위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남들은 우량주로 무슨 단타냐며 웃었지만, 나는 아직 주식에 대한 공부가 덜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소형주나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를 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상승률이 큰 우량주들을 대상으로 단타를 시도했다. 내가 고른 것들은 주로 oo화학, oo케미컬, ooSDI, oo자동차와 같은 우량주들이었다. (그냥 평소 관심종목으로 담아놓고 있던 주식들 중 상대적으로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주식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리고 이들은 워낙 성장 가능성도 많고 호재도 많은 종목들이었기에,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는 이러한 종목들을 사고팔고 하면서, 하루 밥값 또는 와인 한 병 마실 돈을 벌었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내가 했던 단타? 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대체로 매수 일자와 매도 일자가 1주일 이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수종목 : oo자동차 매수단가 : 161,333원 매도단가 : 169,500원 매도 일자 : 2020년 10월 26일 총 실현손익 : 23,130원 (=와인 한 병)
매수종목 : oo화학 매수단가 : 807,500원 매도단가 : 930,000원 매도일자 : 2021년 1월 7일 총 실현손익 : 240,212원 (=와인 열 병)
이렇게 단타(토끼 매매? 단기매매?)로 재미를 조금 보는 와중에, 나는 굉장히 바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우량주들 중 위에 언급한 종목들이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할 때, 우량주 중 그날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충동적으로(?) 아무거나 매수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이 행동을 내가 왜 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주식 초보가 단타에 재미를 들리다 보니 매일매일 뭐라도 사고팔고 해야 안심을 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즉, 당시의 나는 아래와 같은 심리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오늘 뭐라도 사야, 내일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떨어진 종목을 사면, 어쨌거나 우량주니까, 조만간 오르지 않을까?'
'ㅇㅇ화학도 이렇게 오르는데, xx케미컬도 오르지 않을까?'
'ㅁㅁ면 어쨌거나 대기업인데, 오르지 않을까?'
'아, 요즘 A 기업이 전도유망하다는데, 그 기업 주식 중 아무거나 사보자.'
다행히도 일이 바빠지면서, 그리고 시장 상황이 조금 안 좋아지면서, 단타에 대한 욕구는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행동은 정말 바보짓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잠시 잠깐 돈을 벌 수는 있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그런 형태의 매매를 하면, 지금 같이 불안하고 안 좋은 장에서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주식카페에 '단기매매, 토끼 매매에 빠지면 답 없어요. 망하는 거 한순간입니다. 우량주 위주로 장기 투자하세요.'라고 했던 말을 다시금 되새겨야겠다.
(그렇지만 사실, 내게 단타는 여전히 유혹적이다... 장기투자만 하기에는 너무 지루하니까. 단타를 완전히 끊기는 좀 그런데, 조심조심해서 가끔씩만 하면 어떨까...? 나 아무래도 아직 정신 못 차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