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코트를 입고 출근했다. 아침 출근길과 밤 퇴근길이 아직 쌀쌀하게 느껴지는 탓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왠지 몸이 으스스한 것처럼 느껴져서, 결국 또 코트를 집어 들고 만 것이다. 벌써 3월 하순인데... 코트를 입을 때가 맞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래, 올해 3월은 유독 쌀쌀한 게 분명해'라는 생각을 했다. (늦게 퇴근해서 유독 추웠을 수도 있다.) 사실 코트를 입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오늘도 역시 봄 날씨에는 어울리지 않는 목폴라 니트를 입고 출근을 했으니 말이다. (니트를 포기하기에는, 뭔가 으슬으슬했다...)
오늘도 운 나쁘게 야근이 확정되어, 저녁 식사를 대신하여 주문한 치킨을 먹으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ㄱ서기관님이 그러시는 거다.
다음 주면 벚꽃이 만개할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놀라서 "네? 벌써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서기관님께서는 "아까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경복궁 근처에 벚꽃나무마다 꽃봉오리가 맺혀있더라고요. "라고 얘기하셨다. 나는 답했다. "아니, 저는 코트도 아직 벗지를 못했는데... 벌써 벚꽃이라니요..."
다소 충격이었다. 벚꽃은 봄의 여러 가지 모습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데, 그걸 느끼지도 못한 채로 벌써 봄이 지나가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조금 망연자실했다. ㅊ 서기관님이 옆에서 말씀하셨다.
보니까 우리 과 사람들도 아직 코트를 입고 있더라고.
(이 과는 최근 장관 행사 준비 등으로 매우 바빴다.)
바쁜 사람들이 날씨를 느낄 틈이 없는 것 같아.
나도 오늘 코트를 입으려다가 어렵사리 트렌치코트를 입었는데, 트렌치코트 입을 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나는 아직 트렌치코트도 제대로 입어보지 못했는데. 벌써 봄이 저만큼 지나가고 있었단 말인가... 금방 여름이 온다는 말인가... 이 어찌나 슬픈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