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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Apr 24. 2021

The Course of Love

사랑에 대한 오래된 질문과 답변



사랑이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질문하고 답변했던, 아주 오래되고 진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이 질문에 대하여, 오늘 세 가지의 유명한 책과 함께 얘기해볼까 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e)'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일상에 대하여(The Course of Love)'

마리 루티의 '하버드 사랑학 수업(The Case for Falling in Love)'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지만,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갈수록 답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리고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닌 것 같다. 모두들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 좋은 사람인 것은 알고 있지만, 계속 만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특히 다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이제 누군가를 만나 정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좋은 조건이나 성품의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스스로에게 거듭 물어보지만,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해도 되는 걸까...?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과 머리가 내리는 답이 다를 때, 더욱 혼란스럽다. 이 사람을 보내고 나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지도 불확실하다. 다들 그냥 적당히 만나서 사는데 나만 유난스러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떨칠 수가 없다.


배우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라고 하던데...


어쩌면 (운이 좋아서) 일찍 사랑의 상대를 만난 사람들 외의 모두가 고민해 온 질문.


사랑이란 정말, 허상일까?
운명의 상대란, 정말 있을까?
그냥 적당히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까...?


나 역시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책의 내용들을 함께 나누며, 조심스럽게나마 고민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볼까 한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과연 사랑이 무엇일까?" 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만이 아니다.
그것은 결의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사랑의 기술)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낭만적 사랑과 그 후의 일상)




진정한 사랑은 이상이 무너진 뒤에도 살아남습니다.
또한 사랑은 지나친 친밀함의 압력에서도 살아남아야 합니다.
연애를 좀먹고 진부하게 만드는 상투성도 물리쳐야 합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에리히 프롬과 알랭 드 보통, 그리고 마리 루티 세 사람 모두, "사랑이 (감정과 느낌을 넘어선) 의지이자 약속이자 과정이자 기술"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즉, 통념과 같이 "사랑은 어느 한순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의지로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러한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나 바람직한 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




사랑은 겁쟁이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구경만 하면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한 남자를 내 삶 속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의 문제들까지 같이 초대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그의 개인적 역사까지 초대하는 것이죠.
(하버드 사랑학 수업)


시간이 흘러도 열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투성의 꾸준한 침범을 막아낼 줄 압니다.
자신의 인생에 이상을 짜 넣는 법을 알고 있죠.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평범함과 특별함 가운데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둘 다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독립성은 남자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튕기기 게임이 아닙니다. 그것은 품위를 떨어뜨리는 관계를 택하느니 차라리 싱글을 택할 만큼 충분히 자기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괜찮은 남자라면 이 점을 높이 살 것입니다. 이런 자기 확신이 진정한 내면의 힘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인생에 그를 붙잡아두기로 했다면, 그건 여러분이 그와 함께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란 걸 그 역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계가 지속되지 못한다는 사실과, 자신이 최고의 여자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 못지않게 이 관계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마리 루티 교수는 (사랑을 시작하는) 용기, (상대에 대한) 용납, (자신의 이상을 벗어나는 상대에 대한) 이해, 그리고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러브스토리는 누군가 우리를 다시는 보지 않으려 할까 봐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항상 보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그들이 도망갈 수 있는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을 때가 아니라 평생 서로의 포로가 되겠다는 엄숙한 서약을 나눌 때이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심산할 만큼 감동적인 최초의 순간들에 잠식당하고 기만당해왔다.  우리는 러브스토리들에 너무 이른 결말을 허용해왔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낭만적 사랑과 그 후의 일상)




여러 해가 지나고 또 여러 편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접한 후에야 라비는 몇몇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 - 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 -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낭만적 사랑과 그 후의 일상)




그리고 알랭 드 보통 역시, 마리 루티 교수처럼 사랑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 '(낭만과 신비한 열정에 대한) 포기'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우리의 감정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우리의 느낌과 감정은 사랑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어떤 작용을 하는 걸까?"




누군가에게 즉시 끌린다는 것은
관계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가장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그것'이 그토록 문제가 된다면
없애버리면 그만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럴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바로 그 '알 수 없는 무엇' 때문에
그에게 끌리기 때문입니다.

그와의 관계에는 정직과 성실성,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아우라 또한 필요합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다른 사람이 영혼의 짝이라는 느낌,
이 확신은 아주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객관적 지식은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에 중요한 건 직관,
즉 이성의 정상적 작용 과정을 건너뛰기에
더더욱 정확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만 같은
자발적인 감정이다.

매혹은 일련의 요소들을 둘러싸며 공고해진다.
발에 매달려 무심히 끌려가는 샌들,
선크림 옆의 타월 위에 놓인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페이퍼백,
경계가 또렷한 눈썹,
부모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는 태도,
저녁 뷔페에서 손바닥으로 뺨을 괸 채
초콜릿 무스를 조금씩 떠먹는 동작......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과 마리 루티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과 느낌과 감정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가 평생 함께 할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혹은 그저 사랑을 할 사람을 만남에 있어서, 끌림과 감정과 느낌은 의미가 있다. 다만, 그것만이 전부라는 생각이 환상이라고 얘기할 뿐.








나름의 결론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랑은 단순히 감정과 느낌을 의미하기보다는,
    인내와 기술로 지속해나가야 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2. 그러나 사랑의 시작에는 상대에 대한 느낌과 감정이 필요하고,
    나아가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로의 동의와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3. 이후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상을 현실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과
    서로에 대한 받아들임과 인내, 그리고 기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매우 감명 깊었던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하튼 그는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관념을 지탱하는 핵심 과제 세 가지를 족히 통과했다.
사람을 제대로 만났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녀가 받아들여주었다.
(낭만적 사랑과 그 후의 일상)



그러나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 스토리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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