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달달함보다도, 그녀들의 눈물에 공감했다

'도시남녀의 사랑법' 이은오, '로맨스가 필요해 3' 신주연.

by Brightly



얼마 전 회사 동료에게서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추천받은 드라마의 제목은 '도시남녀의 사랑법.'



이 드라마는 사실 같은 사람에게 두 번이나 추천을 받았는데, 각기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처음 추천받은 이유는 서로 모르던 남녀가 양양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여자가 서울에 돌아온 이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는, 다소 독특한 스토리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 추천받은 이유는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그녀의 연애세포가 살아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소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수년간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남편이 갑자기 사랑스러워 보였다 나 어쨌다나... 여하간, 요즘 내 연애세포도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가볍게 틀어두기 좋다고 해서 이 드라마를 주말 동안 보게 되었다.



* 인터뷰 형식을 취하는 점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연애의 발견' 작가님이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이 드라마는 일요일이나 평일에는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보면서 너무 울었기 때문에... (다음날 눈이 퉁퉁 부을 것이 당연하니, 이 드라마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그리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조연들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도 나를 울리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여주인공의 마음에 너무 많이 공감이 되어서 울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그냥 눈물을 흘리는 정도였지만, 또 어떤 장면에서는 오열을 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여주인공의 마음이 공감이 갔던 부분은, 그녀가 양양에서 했던 말.

안된다는 말은, 지웠다고 했잖아.



'안 돼...?' '안된다는 말은, 지웠다고 했잖아.'... 대사가 나오는 타이밍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일단 캡처해봤다



그녀의 이 대사가 처음 공감이 갔던 것은, 나 역시 요즘에 들어서야 나다워지기 위해 그동안 '안 돼'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드라마 중반에 그녀의 이름이 윤선아가 되었던 사연이 나오면서부터는, 이 말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단순한 생각이나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힘을 내서 조금 더 살아가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같이 느껴졌달까... 그래서 왠지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도 있었다.








다음으로, 나를 너무나 울게 만들었던 장면들.

결혼을 약속했던, 아니, 결혼식 날짜를 잡았던 남자가 둘의 신혼집에서 다른 여자와 파자마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 남자를 따라서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 취업했는데, 첫 출근 날 자신의 채용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연히 향한 양양 바닷가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완탕면을 먹고, 먹고, 또 먹던 장면... 눈물을 흘리면서 먹고, 또 먹고...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먹어대던 그녀.



은오가 채용 취소 통보를 받는 장면... 윤선아는 채용이 유지되고, 자신만이 채용 취소되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차마 집에 돌아가지 못했던 그녀는 우연히 양양에 닿게 된다


배가 고팠던 건지, 마음이 허전했던 건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완탕면을 허겁지겁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양양에서 쓴 이름이 '윤선아'였던 이유.

(나는 '윤선아'가 그냥 가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실존 인물이었다.)

자신과 함께 면접을 봐서 합격했고, 당당하고 패기 있어서 (자신은 채용 취소가 되었음에도) 최종 합격을 했던, 그녀의 이름이 윤선아였다. 그리고, 이은오(여주인공)가 양양에서 했던 헤어스타일과 타투는... 그녀가 했던 것이었다. 착한 것만이 장점이었던 자신과 달리, 너무나도 자유분방했던 그녀가, 은오는 너무나도 부러웠던 거다. 그녀가 되고 싶었을 만큼...


그녀는 이전의 자신을 '바보 같았다'라고 표현한다. 착하고 평범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애인이 바람을 피우고 부당하게 채용이 취소되면서, 마치 세상은 그런 그녀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만 같았을 거다. 그리고 그녀는 윤선아라는 낯선 사람의 자유분방함이 너무나 부러웠을 거다.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마음대로 살아도, 그런 윤선아를 사람들은 좋아하고 인정해주었으니까. '필요하다'라고 말해주었으니까...








나는 아무래도 그녀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봤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작년의 내가 어쩌면 그녀와 같은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충격을 받은 후 인생의 변환점을 맞아, 그대로 무너지고 싶지는 않아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도해보던 때였으니까. 그때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었지. 'oo 씨 좀 위태로워 보여요'라고...)


커리어만 보면... 그리고 직장에서의 모습만 보면, 내 모습이 어쩌면 남들 눈에는 자신 있고 당당해 보이고 성공하고 인정받았다고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이 너무 공감되어서 도저히 울지 않고는 드라마를 볼 수가 없었다. 허기질 때 울면서 먹는 모습도, 그런 약한 모습들을 보여주기 싫은 것도... 노력하고 애를 써왔던 자신의 모습이 부정당하고, 자유분방한 윤선아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모습을 볼 때,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몇 년 전 보았던 '로맨스가 필요해 3'의 여주인공이 문득 생각났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도, 여주인공의 눈물이 너무 공감되어서 나도 함께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이별의 아픔과, 세상살이의 버거움이 그녀들을 그토록,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도망치게 만들었을 뿐...



로맨스가 필요해 3의 신주연... 그녀는 겉으로는 냉정하고 차갑지만 속으로는 늘 상처 받는다








그녀들과, 치열한 삶 속에서 스스로를 찾기 위해 변해야만 하고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고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드라마 리뷰(를 빙자한 에세이)를 마치고자 한다.





새삼 느끼지만 진짜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때로는 아픔과 깨어짐이 있어야만 진짜 나를 받아들일 용기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쩌면 (늦든 빠르든) 누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일 테니까...





05.jpg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찾는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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