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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May 29. 2021

한동대학교 이야기, 제3편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양보할 것이다



갑자기 브런치 유입어에 '한동대학교 총장' 키워드가 떠서 검색해봤더니, 요즘 또 차기 총장님 선임 관련 갈등이 있는 상황인가 보다... 교직원으로 근무 중인 친구 말로 새로운 총장님을 모시려는 중이라더니, 그 과정에서 뭔가 또 생겼나보다. 옛날 생각도 나고, 우연히 일기장을 뒤적거리다가 학교에 있을 때 썼던 일기를 발견해서 순간 울컥하기도 했고... 오늘은 옛날 얘기를 해볼까 싶다.



다소간의 간증을 포함하고 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기를 권한다.



내가 오랜 휴학기간을 끝내고 복학했던 해에도, 지금처럼 총장님 임 관련 갈등이 있었다. 당시에는 초대 총장님이셨던 김영길 총장님의 계속된 연임으로 인해 학교의 갈등이 커진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영길 총장님께서 총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셨지만, 이후에도 갈등이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처럼 명예총장 직에 대한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학교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누구보다도 크신 분이었다 보니, 혹시라도 지속적으로 그러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연임 중단, 명예 총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약속, 투명한 인선 절차, 한동의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교수님과 학생들이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교수님 한 분께서 대표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그분은 그것이 건강한 한동대를 만든다고 믿으셨다. 총장님이 싫어서 그러거나 총장님을 반대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김영길 총장님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 교수님을 비롯하여 그런 요구를 하시는 교수님들을 '반 총장파'로 규정했다. 가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이었고, 교수님과의 대화 가운데 학교를 사랑하는 그분의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에 그런 오해들 때문에 괜히 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는 그 교수님을 존경했던 만큼, 김영길 총장님도 존경했다. 김영길 총장님의 순종과 헌신이 아니었다면 한동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갈대상자 책은 나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해 준 전도지였으며, 늘 I LOVE YOU, GOD LOVES YOU! 를 외치며 학생들을 격려하고 다니시던 그 인자하신 분을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분은 과학자이셨다 보니, 절차와 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타까웠다. 그러나 나의 안타까움과 달리, 양측의 갈등은 깊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깊어져만 가는 갈등과 가중되는 혼란 속에서, 양측 모두를 사랑하고 양측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는,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다. 마음속에서 질문들이 생겼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왜 이 오해가 풀리지 않을까? 정말 누군가가 잘못된 걸까? 이 문제에 있어서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현동홀 4층 기도실로 향했다. 슬픈 마음으로 기도하던 내게, 하나님께서 인자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만 같았다.




한동을 사랑하는 마음이 같아도,
생각은 다를 수 있단다.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양보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 김영길 총장님의 편지글이 올라왔다. 한동이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명예 총장직도 맡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글을 읽고, 나는 (커튼을 치고 기숙사 침대 안으로 들어가) 정말 펑펑 울었다... 양측은 생각이 달랐을 뿐 둘 다 옳았을 수도 있지만 결국, 랑의 크기에서 결론이 났다.



이후에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당시 김영길 총장님께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으셔서 한동안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한다. (학교를 떠나시는 길에서도 미소로 손을 흔드시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셨지만, 그 분 역시 사람이었기에 상처를 받으셨던거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장순흥 총장님이 선임되셨고, 당시 학생단체에 속해 있던 나는 총장님을 가까이에서 뵐 기회가 자주 있었다. 임명 전부터 여러 논란들이 있었기에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내가 경험한 그분은 그저 성실하고 진솔된 분이었다. 다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평판에 관심이 없고, 자기변명이나 설명을 하지 않으시는 타입이랄까...? (김영길 총장님이나 장순흥 총장님이나, 과학자이셔서 그러신 걸까 싶다.) 게다가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정치적인 영역에도 전혀 관련이 없으신 듯했고, 세속적인 부분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솔직히 너무 의외였다. (졸업 후 중앙정부부처 사무관이 된 다음에도 뵐 기회가 있었지만, 재학생 때나 졸업 후에나 총장님의 대화 주제는 늘 하나님, 비전, 통일, 새벽기도와 같은 것들 뿐이었다.) 늘 새벽기도에 나오셔서 꾸벅꾸벅 졸으셨던(?) 총장님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만 두 분의 총장님 모두, 어떤 부분에서는 서툴고 부족한 것만은 사실이고, 어쩌면 너무 투박하셔서 세심함이 부족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걱정과 우려가 될 수 있었으리라. 또한, 작지 않은 공동체를 운영하고 유지함에 있어, 투명성과 소통이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한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부족하지만 열심을 다 하셨던 총장님들도, 그리고 우려와 걱정을 하는 교수님들과 학우들도, 그 외에도 교목분들 교직원분들 학부모분들 동문회분들 이사회분들도, 모두 한 마음으로 학교를 사랑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이토록 다들 진지한 것이리라.



행여라도 이 상황 속에서 아무도 상처 받지 않기를,

가능하면 사랑과 양보로 오해와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짧은 옛날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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