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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May 18. 2021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오지 않았다"

죄가 있는 곳에 더욱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

* 이 글은 기독교 관련 체험을 간증하는 글이므로,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은 읽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 이 글은 동성애가 죄이냐 아니냐, 선천적인 것이냐 후천적인 것이냐와 같은 논쟁을 위한 글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 글의 주제는 '예수님께서는 의인이 아닌 죄인을 위해 오셨다'라는 것이기에, 댓글 등에서 동성애 관련 논쟁이 있는 경우, 부득이하게 삭제할 수도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 나눌 이야기는,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이 아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혹시 모를 불쾌함에 미리 사과를 드리며, 조심스럽게 나눠보고자 한다.


* 비판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위로와 공감을 위한 이야기임을 부디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저녁,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침대에 누워 교회의 단체 카톡방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카톡방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주제는 '동성애'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당시 몇몇 사람들이 조금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인용하기에는 조금 심한 표현도 섞여 있어서, 짐작에 맡기고자 한다.)

그분들은 아마 '동성애'가 잘못된 것임을 강조하고자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말들을 읽으면서, 굉장히 당황했다.  

당시 나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것은 나의 가깝고 소중한 사람 중 하나가 동성연애의 경험이 있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나는 지인이 그러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이 잘못되었거나 나빠서라기보다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사정과 이유가 있어서였음을 알고 있었다. 

(자세한 사정은 설명하지 않겠다.)



그런데... 카톡방에서의 이야기가 

그들에 대한 이해나 사랑보다는, 정죄와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카톡방에 말했다.

"제 지인 중에도 동성애를 했던 사람이 있어요. 그렇게 너무 무섭게 단정 지어서 말씀하시지는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나 나름대로는 정중한 호소였다.

그런데 그 직후, 누군가가 이 말씀 구절을 올렸다. 

저희가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버려두사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 [로마서 26:28]



그리고 이 (명백하게 정죄를 위해 올린) 말씀을 읽는 순간, 

내 마음은 말 그대로 (누군가가 칼로 깊숙이 그은 듯이) 부욱- 찢어지고 말았다. 

막을 새도 없이, 눈물이 마치 함박눈처럼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기숙사 복도 끝에 있던 기도실로 향했다.

그리고 구석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들의 말이 사실인가요?
저들이 말하는 동성애자들이 죄인이라면
저도 그들과 못지않은 죄인입니다.
제가 그들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요.
심지어 저는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하던,
바로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저를 찾아주셨죠...
저희가, 제가 의지할 곳이라고는 오직 하나님의 사랑뿐이에요.
저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그 사실뿐이에요.

그런데, 하나님... 만일 저들의 말이 맞다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정죄하신다면...
저는, 우리는,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나님
마음이 너무 아파요... 
마음이 찢어진 것 같아요 하나님...



그렇게 지칠 정도로 펑펑 울면서, '저희가 의지할 것이라고는 하나님의 사랑뿐인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나님...'이라고 무너진 마음으로 기도하던 내게, 주님으로부터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내가 음성을 듣고 그 분임을 확신할 수 밖에 없었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의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오지 않았다.



내게 이 은혜의 음성이 들려온 순간, 내 머릿속에 마태복음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너무도 감사하게도) 사람들의 정죄와 판단으로 인해 야기되었던 모든 아픔과 고통과 혼란, 이로 인한 깊은 수렁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었다.



예수께서 집에서 저녁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들과 죄인들도 와서 예수와 그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것을 본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의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어째서 너희 선생님은 세리들과 죄인들과 함께 어울려 먹느냐?"

이 말을 듣고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원하는 것은 제사가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태복음 9:10-13]

         


그 후로 내 삶에서 이와 비슷한 주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면, 

나는 늘 이때를 기억한다. 

의인이 아닌,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고 말씀하신 예수님.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밥을 먹으신 예수님.

제사가 아닌 자비를 원하신다고 말씀하셨던 예수님.



그리고 다짐하고는 한다.

나 역시 죄인이고,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제자이기를 소망하기에,

가능하면 언제나 예수님과 함께 죄인들의 편에 서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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