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느 때나, 박수갈채를 조심하자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 나를 가장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비판이 아닌 칭찬과 박수갈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는 상황들과, 그 상황 속에서 나를 정상상태와 다르게 행동하게끔 만드는 나의 인정 욕구가, 위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다시금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가끔 내가 속한 공동체나 집단 내에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서 쉽게 무리를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공동체를 '잘' 관리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 꽤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집단을 이끌면서 다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에 있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데 큰 주저함이 없기도 했다. 평소에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던 상황이 발생해도,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나의 가치관, 나의 성향, 나의 한계가 모두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고, 이후 내가 나 자신을 다시 찾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윗분들이 나의 업무방식과 열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적지 않은 지원과 신뢰를 보여주실 때가 더러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인정과 지지를 받을 때면 매우 기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 곰곰이 되돌아보니, 그러한 칭찬들도 나에게 좋은 영향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성숙했다면 그러지 않았을 수 있으나, 그러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내가 했던 일들이 어쩌면 더 신중하게, 더 꼼꼼히, 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고민하고 노력했어야 하는 일들일 수 있음에도, 쉽게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상사들로부터의 인정 역시 집단의 인정과 마찬가지로, 나를 무리해서 달리도록 만들었다. 이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다소 무서워지는 것은, 정작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어쩌면 너무 급하게, 또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렇게 칭찬과 인정에 대한 위험성을 조금씩 자각하고는 있었지만, 최근에 다시금 내가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의도치 않게 벌어진 상황에서) 무언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고, 소수의 사람만이 걱정과 우려를 표현해주었다. 처음에 나는 (당시의 내 생각과도 일치했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만일 나에게 그와 반대되는 얘기를 해 준 사람들이 없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듣기 싫어할 수 있음을 감안하고) 쓴소리를 해 준 사람들 덕에, 나는 이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내가 평소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추구하고 싶은 삶의 모습에 가까워지려면 내 생각이나 사람들의 응원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때 내가 잠시간의 공명심과 사람들로부터의 지지와 응원에 취해서 다른 방향의 선택을 했다면, 나는 어쩌면 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그 선택이 계기가 되어 그런 방향의 선택들을 계속하면서 살았을지도.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는 돌이키기 늦었다고 느끼고 좌절을 했을지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의)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하고 온유하며 인내하고 절제하며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세심하게 다룰 수 있는 공직자가 아니라, 쉽게 화내고 싸우면서 작은 일은 해내더라도 사람들과 집단 간의 분쟁과 분란의 요소가 많은 민감한 일들은 맡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내가 감사 인사와 함께 어렵게 내린 결정을 나누었을 때, 내게 조언을 해 주신 분 중 한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 인상 깊다.
응원에 취하지 말 것.
그게 자신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경계와 다짐을 해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내가 사람들로부터의 인정 욕구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그리고 그것이 나의 선택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자.
누군가로부터 칭찬과 박수갈채를 받을 때,
사람들에게는 감사하되 자신의 판단력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하자.
그리고 내게 쓴소리와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성숙한 사람들을 늘 곁에 두고, 소중하게 여기자.
* 비난과, 애정어린 비판 또는 쓴소리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님... 그건 무엇보다 정신건강에 매우 해로울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