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
어제 지인과 대화하던 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언니는 사주팔자를 믿어요?"
나는 대답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다만, 나의 경우에는 맞지 않더라고."
그 친구는 조만간 친구랑 사주팔자를 보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연초에 사주를 잘 보기로 유명한 곳에 다녀왔는데, 또 다른 유명한 곳에 가서 비교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직장, 연애, 결혼, 건강 등 다양한 것들이 궁금하다고 했다. 친구가 얼마 전 사주를 보고 왔는데 올해 인연을 만날 거라고 잡으라는 말을 들었고, 공교롭게도 조만간 결혼한다고 했다. 나는 보고 오면 어땠는지 얘기해달라고 했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세상에 작용하는 영적인 법칙들이 있고, 영적인 존재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주팔자라는 것도 존재하고 '시크릿(secret)'이라는 한 때 유행했던 책에서 얘기하는 것과 같이, 인간이 특정한 것을 깊고 강하게 추구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초능력, 최면과 같이 영적인 부분을 단련했을 때 생기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실재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과 동시에, 성경에서 언급되는 천사와 마귀가 있다는 것도, (소위 정사와 권세라고 표현되는) 이 세상의 신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귀신이 있다는 것도 믿는다. 사후세계,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것도 믿는다. 인간이 영적인 존재이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시는데, 초자연적이거나 영적인 것이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경에도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언급들이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나의 정체성과 나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사주를 보지 않기로 결심한 지 꽤 되었다. 인간이 태어난 연/월/일/시에 따른 일정한 운명과 적용되는 법칙이라는 것이 있을 법하고 또 잘 맞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삶은 더 이상 그 영향권 안에 없음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상의 법칙이나 이 세상의 신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강하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러한 법칙과 영향력을 뛰어넘어 나의 삶을 주관하신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전에는 사주팔자를 보러 간 적도 있고,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하기에 사주팔자를 보러 가는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나 역시 예전에 나의 인생을 하나님께서 주관하신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했을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사주를 보러 간 적도 있었다. 그리고 믿지 않는 나의 부모님께서 절에 가셔서 나에 대한 기도를 하시면서 스님께 나의 합격운을 봐 달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하나도 맞지 않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올해 합격할 겁니다'라고 했지만, 나는 그 해에 합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합격통지를 받은 것은, 이후 내 삶에 다른 것들을 의지했던 것을 회개하고 내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 후, 그분 앞에 엎드려서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감사하겠습니다.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올려드리는 기도를 하고 난 후였다. (신기하게도 모든 것을 내어드리는 기도를 할 때, 나는 내 합격이 머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고, 실제로 그 해에 합격했다. 그리고 그 무렵 나는 엄마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엄마, 이제 제발 나를 위해 그런 거 보지 말아요. 하나님께서 내가 그런 곳에 의지하기를 원하시지 않는 한, 내가 그런 데 의지하면 할 수록 합격이 더 늦춰질 수도 있어요...')
예전에 어떤 교수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가 있다. 교수님께서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혼자 하나님을 만나 신앙생활을 하시던 독실한 크리스천이셨는데, 결혼 적령기가 되어 부모들이 교수님의 사주와 선을 볼 상대방 여자분의 사주를 가지고 유명한 점집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점집 무당분께서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남자, 교회 다니지? 이 사람 인생은 안 보여."
나에게도 조금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동자신을 믿으시며 무당을 가까이하시는 친할머니께서 내 사진을 가져가 기도를 부탁하시고는 했는데, 어느 날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다. "교회 다니지 마."... 아마 무당의 기도가 통하지 않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교수님의 경험과,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합쳐지다 보니, 나는 세상의 법칙이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주어진 팔자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님께 나아오는 것이라는 것도 믿게 되었다. 인생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지긋지긋한 굴레가 있다면, 그것을 하나님께서는 깨 주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신들보다 크신 분이기 때문이다.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팔자로 신병을 앓던 분들이 하나님을 만나 그 팔자에서 벗어난 사례들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죽어나가거나 망하던 흉가에 아무 문제없이 정착해서 살아가는 목사님들의 사례도 더러 찾아볼 수 있다. 악하거나 더러운 영적인 존재가 보호를 받는 그분들을 해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삶이 막막하고 답답하고 궁금해서 도움과 조언을 얻고자 그러한 곳을 찾아가는 마음을 이해한다. 교회를 다니는 분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많이 있고, 그런 분들에게 쉽게 '그러면 안 됩니다'라든지, '하나님을 믿으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믿음의 길이라는 것은 세상이 추구하는 '잘 살기 위한, 승승장구하기 위한, 부자가 되기 위한, 성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그분의 뜻 아래에 삶을 내어놓는 길이기 때문이다. 고난과 희생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목적이 다른 길이다. 그러니, 결국은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해나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