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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May 30. 2021

외할머니를 위한 기도

하나님. 제가 전도하러 갈 때까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게 해 주세요


15년쯤 전, 내가 하나님을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한동대 1학년생이었다.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고, 나는 학교에서 열리는 어느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어느 신실하신 목사님께서 오신 집회였는데, 설교말씀이 끝나고 기도 부탁을 할 사람들은 나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같이 집회에 참석했던 언니와 함께 일단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줄을 서서, 목사님께 어떤 기도를 부탁드릴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내일 하실정도로 아프신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당시 나의 친가와 외가 모두 하나님을 믿지 않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외할머니의 구원을 위한 기도를 부탁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목사님께 "제가 외할머니께 전도하러 갈 때까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함께 기도해주셨다.



그 후 한동안, 내가 그 기도를 부탁했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6개월에서 1년쯤 지난 다음이었을까?) 엄마로부터 외할머니 이야기를 들었는데, 외할머니께서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고 누워계시는 상태로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때 불현듯, 내가 했던 그 기도가 생각이 났다.



'외할머니께서 오늘내일하실 정도였다고 들었던 게 한참 전인데... 혹시, 내가 했던 그 기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혹시 모를 오해를 위해 덧붙이자면, 외할머니와 나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외할머니께 자식도 손주 손녀도 많았고, 게다가 그중에서도 예뻐하던 자식과 손주 손녀가 따로 있었다 보니, 겨우 명절 때만 뵈었을 뿐이다. 외할머니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실 정도였다고 말하면 이해가 될까?)



그러나 어쨌든 내가 그 기도를 했던 것만은 틀림없었고, 혹시라도 그 기도로 인해 외할머니께서 말씀도 거동도 못하시는 위태로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살아계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주말을 이용하여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혼자 외할머니 댁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고,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외할머니 댁에 방문해서 나는 없던 용기를 모두 짜 내어 외할머니께 말씀드렸다.

"외할머니, 예수님 믿으세요..."



실제로 무엇이라고 답해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나는 외할머니께서 "응, 믿어"라고 말씀해주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겨우겨우 예수님을 전하고 나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얼마 되지 않아서,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로 하나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셔서 내가 외할머니께 전도하러 갈 때까지 기다리신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를 통해 나는 하나님께서 부족하고 어린 우리의 기도를 모두 들으실 수도 있다는 것과, 기도가 정말로 응답될 수 있기에 내가 언제 어떤 기도를 드렸는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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