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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Jun 09. 2021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하나님을 만나기 전의 나는,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주어진 환경도 의지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안에는 나 자신을 지키고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세운 온갖 맹세와 다짐들이 가득했다. 그러한 맹세와 다짐들이 나를 지켜주는 갑옷이 되었고, 그래도 그 덕에 힘들었던 10대를 그럭저럭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열아홉 살 무렵 나는 하나님을 만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갑옷이 벗겨졌다. 하나님 앞에서 무장해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발가벗겨지고 나니, 그제야 내 안의 온갖 약함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내면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혼란과 갈등은 때로는 소용돌이처럼, 때로는 파도처럼 나를 휩쓸었다. 나도 알지 못했던 나의 나약함 앞에서, 나는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내게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언젠가 어느 간사님께서 대언 기도를 해 주셨던 내용 중에는 '제발 안심해라'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였다. 세상을, 그리고 나의 삶을, 나의 의지로 극복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자, 두렵고 무서웠다.



그 두려움을 간직한 채로, 나는 고시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노력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또다시 의지를 다지며 헤쳐나가 보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났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재정적인 어려움, 그리고 고시공부를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던 체력... 나에게는 여러 가지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또 되뇌었다.



그러나 그렇게 치렀던 세 번째의 2차 시험에서, 나는 또다시 불합격 통지를 받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고 받은 불합격 통지였기에, 나는 막막함을 느꼈다. '내가 여기서 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다 타버렸는데... 이제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불합격 통지를 전하자 엄마가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며, 머리가 미친 듯이 아파왔다. 그냥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앞이 너무 막막했다.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나는, 고시촌에서 그저 나이만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친구들은 졸업을 했고, 심지어 석사를 마친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고시촌에 들어온 같은 학번 친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정말로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상태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정말로 합격을 할 수는 있을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 아닐까...?
이 터널에 정말 끝이 있을까...?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한번 머릿속에 떠오르면, 그날은 잠을 잘 수 없었다. 밤을 새우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나의 인생이 그냥 망해버린 것만 같아서 절망스러웠다. 답도 방향도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이 말씀을 보게 되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예레미야 29:11]



그리고 잠이 도저히 들 것 같지 않은 너무도 괴로운 밤마다, 이 말씀을 붙들고 또 붙들었다. 다른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필사적이었다.



그래,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갖고 계신 계획은
지금 내 생각처럼, 어둡고 절망스러운 것이 아닐 거야.
하나님께서 나를 망하게 하시려는 것이 아닐 거야.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거야. 분명 나아질 거야...



그러자 점점 이 말씀이 내 안에 뿌리 내려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조금씩, 평안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힘들어질 때가 많아서, 이 말씀을 붙들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너무도 감사하고 다행스럽게도 그 후 많은 우여곡절과 수많은 넘어짐과 하나님의 인도하심 끝에, 나는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길고도 길었던 터널을 지나 합격통지를 받게 되었다.



당시를 돌이켜보는 이 시간에도 그때의 절망과 좌절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의 미래에 소망이 없을 수도 있다는, 내 인생이 망하기만 할 수도 있다는 그 깊은 절망감. 어두움 속에서 빛을 바라본다는 것은, 좌절 속에서 소망을 찾는다는 것은, 그 상황에서 평안을 지닌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선하심을 필사적으로 붙들었고, (말씀의 능력으로) 그 말씀이 진짜로 내 삶 가운데 이루어지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이 말씀을 붙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나의 삶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이 재앙이 아니라 소망임을 믿고자 노력하고 있다. 때로 들려오는 너무나도 좋지 않은 소식들과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뿌리내려 내 안에서 평안과 확신으로 변하고, 정말로 그러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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