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선은, 우리의 선과 다르다
(앞서 나눈 적이 있듯,) 나는 고시생 시절 한동안 불안과 두려움과 절망으로 가득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면서 평안과 소망 가운데 다시금 일어설 힘을 얻게 되었다. 당시 내가 간절하게 붙들었던 말씀은 이 말씀이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예레미야 29:11]
또한 그 무렵 나는 우연처럼 어떤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내가 아래의 세 가지를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1. 하나님은 '완전하게' 선하시다. (그분의 선하심은 사람과 달리, 불완전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2. 하나님은 '완벽하게' 전지전능하시다. (그분의 능력으로 하실 수 없는 것이란 없다.)
3. 그런 하나님께서, 나를 '온전하게' 사랑하신다. (그분은 나의 삶에 아주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 세 가지의 사실을 믿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의식 중에) '하나님의 선하심이 (사람이 그러한 것과 같이)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으며, '하나님께서 (아무리 능력이 있으셔도) 하실 수 없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으며, '하나님께서 어쩌면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고, 내 삶에 관심이 없으실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나의 그러한 생각들은 나의 지난 삶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었지만, 그것은 진리가 아닌 경험에 입각한 편견이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믿는다는 것이 당시의 내게 매우 중요한 과제처럼 다가왔다. 왜냐하면 내가 하나님께서 선하시고 능력이 있으시지만 불완전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나님의 계획이 온전하다는 것과 그 계획이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지전능하심을 믿는다 하더라도 그런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면 내 삶이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나는, 위의 세 가지에 대해 믿음을 바로 하고자 노력했다. (성령님의 은혜로) 나는 그러한 생각들에 반문하기 시작했고,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성품과 능력, 그리고 나를 향한 뜻에 대해 다시금 믿음을 세우는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특별하게 무언가를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어두운 밤 잠자리에 누울 때, 온갖 생각과 고민들이 나를 괴롭히는 그 시간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렸음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성경에서 말하는 것이 진리임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고자 노력했을 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온전하게 선하시고 전지전능하시며, 나를 온전하게 사랑하신다는 것을.
나는 용기를 내어 하나님께서 능력이 없거나 내게 관심이 없으시기 때문에 내 삶이 이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로 했다.
그러면서 내가 묵상하게 되었던 구절이 있었는데, 바로 이 구절이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이 말씀은 널리 알려지고 자주 언급되는 말씀이었기에, 나는 내가 이 말씀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의 세 가지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이 구절의 의미가 나에게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완전하게 선하시며, 완벽하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내 삶에 계획을 갖고 계시다면,
내 삶에 실패와 좌절이 거듭되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야.
이 과정들은 어쩌면 하나님의 선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시험 합격보다 무언가 더 중요한 무언가가
내 삶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내가 이 말씀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씀이 주로 인용되는 경우가 무언가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때이기 때문이었는지, 나 역시도 '모든 것이 합력하여 이루어지는 선'이 과연 무엇인지를 제대로 고민해보지 못한 채로, 이 말씀에서 나오는 '선'을 단순하게 '잘 되는 것' 또는 '형통한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 합격, 결혼, 취업, 승진, 건강과 같은 것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이런 깨달음이 있었다. '하나님의 선은, 나의 선과 다르다."라는... 그리고 나는 그간 말씀을 내 멋대로 해석해왔던 것을 회개하며, '과연 하나님의 선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삶에 '모든 것이 합력하여 이루어져야 할 선'이 무엇인가를,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그러자 답은 너무 명확했다. 내 영혼의 구원과 성숙... 성령의 열매. 당시 이 깨달음은 내게 자유함 뿐만 아니라 두려움과 떨림을 주었다. 왜냐하면 내가 하나님의 선을 무시하고 살아간다면, 내 삶에서 내가 그토록 바라는 결과들(당시 가장 원했던 시험 합격)이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선이라는 사실을. 하나님께는 내 영혼이 나의 합격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필요하시다면, 나의 인생의 '모든 것'을 '합력하게' 하셔서 그 분의 선을 이루실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것을 깨달은 이후부터, 나의 고시생활은 180도 변화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우선순위에 모든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모든 것에 앞서 성령의 열매를 맺는 것을 우선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내와 내려놓음에 대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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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ewis가 그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당신께 내 인생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지만, 그 질문의 답은 결국 당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