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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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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Jan 19. 2022

남편 아니고 내편

늘, 언제나, 항상, 내 편이 되어줄 거지?


나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저장할 때 애칭보다는 이름을 사용하곤 한다.

그냥 이름도 아니고, 꼭 성을 포함한 이름으로 저장한다.

(나의 진지하고도 재미없는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근데 결혼하고 나서 자꾸 혀가 짧아지고 어설프게 사투리 쓰고
계속 엉겨 붙고 좀 웃겨지는 건 안 비밀... 
신랑은 결혼 전 내 모습이 워낙 차갑고 철벽이어서 목석같았어서,
자기가 과연 목석이랑 살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무슨 애교쟁이가 따로 없다며
자꾸 나를 '고장 난 목석'(고목석)이라고 부른다... 



여하튼 그래서 당연히 신랑의 연락처를 저장할 때도 이름으로 저장했고,

사귀고 나서는 이름 뒤에 하트(♡)를 붙이는 정도로만 변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게 불편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참을 그렇게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내 카카오톡을 넌지시 보더니

자기 이름을 바꾸란다.

"뭐로 바꿀까?" 했더니, '내편'으로 바꾸란다.


나는 신랑이 그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당연히 이름을 우리끼리 부르는 애칭으로 바꾸라고 할 줄 알았기에.


그리고 내심 감동했다... 


'다들 살다 보면 남편이 남의 편 같다고 하던데,  
오빠는 내 편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얘기한 걸까...?'


그렇게 내 카카오톡에서 오빠는 이름 대신 '내편♡'이 되었고,

가끔 카톡에서 그 호칭을 볼 때마다

씨익- 하고 웃게 된다.

든든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임신 기간 중에도 

(아이도 물론 소중하게 여기지만)

늘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주는 마음을 느낄 때면 더 그렇다.

왜 가끔,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태아에게는 조심스러운 것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늘 신랑은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해.'(또는 '먹고 싶으면 먹어.')라고 말해준다.

(물론 내가 오히려 '안돼. 아이한테 안 좋아.'라고 말하지만...)


늘, 언제나, 항상, 지금처럼 내 편이 되어줄 거지?

고마워 내편♡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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