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에서
외진 역, 대합실에 누웠다
창으로 비치는 햇살의
나뭇잎 사이사이로 부서지는 찬란함과
하늘을 날지 못해 웽웽거리는
한 마리의 벌이 내쏘는 날갯짓과.
아무런 손길이 닿지 않아도 좋다
이대로 흘러가다 보면 그 어딘가에는 닿아
나의 발을 내리고 나의 뿌리를 내리고
천천히 천천히
눈을 감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니 인연이든 운명이든 부디,
내 가는 길을 잃지 말고 따라
평생 간직하고 싶을 고귀한
시간을 쌓아
내게로 오라, 그리하여
너는 내 발치에 뿌리를 내려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퍼붓는 소나기와도 같은 그 우음을
나에게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