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있는 우리의 흔적들
혈연
: 핏줄로 맺어진 인연
다채로운 이야기꽃이 피며 무르익는 가정의 성장을 품은 Tuberose
각자의 삶을 사느라 서로 희미하게 스쳐가는 Green Tea
밥 짓는 소리가 들리듯 구수함과 안식처의 따스함이 그리운 Amber
공방에는 모녀가 함께 추억을 담아내기 위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녀가 오는 경우, 진행 방식이 다소 복잡하고 생소하여 항상 따님들이 어머니를 챙기곤 한다. 어릴 적 아이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주던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아, 우리 엄마도 나이를 먹었구나 ‘,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조곤조곤 엄마를 섬세히 대하는 딸들도 있는가 하면, 티격태격 투정을 부리며 챙겨주는 든든한 딸들도 있다. 어떠한 형태이건, 함께 향수 공방에 들러 엄마와 딸이 평생 남을 향을 기록하고 가는 것은 매우 귀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면, 늘 모녀의 향 조합이 겹친다는 점이다. 서로 골라주는 것도 아니고, 각자가 취향에 맞는 향을 고르는 것뿐인데, 모녀가 선별하고 선별하여 고른 향 6개 중 적어도 2가지씩은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겹치지 않은 다른 향료들을 선정하신 이유들이 각각의 캐릭터에 매칭이 되면서도, ‘아, 모녀는 모녀구나 ‘ 인정을 하게 되는 겹치는 취향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엄마가 향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어릴 적 향수를 뿌리고 멀미가 나서 구역질을 심하게 하신 후로부터는 향수를 절대 뿌리시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뿌리는 향수의 향이 좋다면서 편안히 뿌리시는 모습을 보며, 맡기 힘든 향이 있을 뿐, ‘엄마도 좋아할 수 있는 향이 있었구나’ 발견하게 되었다. 매우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엄마와는 사뭇 다른 사색을 좋아하며 내성적인 나. 서로가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어 신기하면서도 근본적인 호불호나 성품은 또 닮아있는 구석이 있다.
다른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닮아있는 엄마와 나. 가족은 가장 닮고 싶으면서도, 가장 닮고 싶지 않은 모습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가르쳐 준 적도, 보여준 적도 없는 속마음과 갈등까지도 닮아있는 가족. 가장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이 거울처럼 나에게 비칠 때도 있다. 아직 나에게는 자녀가 없기에 경험은 못해보았지만, 어쩌면 내가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던 이야기를 부모님은 이미 읽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입덧을 하는 이유는 모체 혹은 태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외부인자로부터 모체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증상이라고 한다. 엄마는 우리를 임신했을 때 할머니의 매운 멸치잔반, 양념깻잎, 오징어채를 매일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나에게 위 잔반들은 늘 있어온, 없을 수가 없는 반찬이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가장 연약하고 작은 때부터 ‘엄마’라는 보호막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면역력과 체질을 갖추게 된다. 이후 함께 성장하고 살아가며 또 새로운 면역력과 체질을 공유했겠지.
요즘은 ‘가족’이라는 당연한 관점이 아닌, 서로가 ‘가족으로 만나게 된 인연‘이라고 시선을 바꾸고 있다. 당연해질수록 소홀해지고 기대하게 되고, 속상하게 되고, 간섭하게 되어 상처를 주게 되는 모순 덩어리, 가족.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면서도 자신이 살아온 서투른 시선 가운데 정의 내린 좋은 것만 주려다 괜히 상처를 깊이 남기게 되는 가족으로 만나게 된 인연. 너무 닮은 서로를 보호하려는 발버둥 속 스친 쓰라린 흔적 가운데 피어나는 향기로운 꽃의 향기를 잊지 말자. 더욱더 향기롭게 피어날 우리 가족의 이야기.
기록해두고 싶은 가족에 대한 명대사로 마무리를.
"나는 그들의 꿈을 먹고 날아올랐다. 엄마의 꿈을 씨앗처럼 품고."
"내가 외줄을 탈 때마다 아빠는 그물을 펼치고 서 있었다. 떨어져도 아빠가 있다. 그 한 마디가 얼마나 든든했는지,
한 번은 말해줄걸, 말해줄걸..
아빠가 그렇게 서있는 동안, 아빠에게만 눈이 내렸나 보다.
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
-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 중
앞으로는 마주할 수 있는 시간만이라도 서로 가장 향기로운 말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성숙해지고 싶다.
여러분도 소중한 가족, 부모님과의 기억을 향으로 영원히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