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조각들

일상의 생동감을 선물하는 존재들

by sincerecord


우연 : 뜻하지 않은 어떤 사건의 발생

튜베로즈 (Tuberose) : 존재만으로 주변을 풍요롭게 하는 리액션, 작은 숨결에도 감사를 피워내는 고귀한 성품.

라임 (Lime) : 틀에 갇히지 않는 상쾌한 일탈, 어디든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 오르는 자유로움.

바닐라 (Vanilla) : 온화한 달콤함으로 스며들어, 잔잔한 칭찬으로 주변을 은은하게 물들이는 따스한 빛.


우연히 만나게 된 인연이나 기회는 우리의 마음속 더욱 깊고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연’이라는 삶 속의 변수는 인생을 윤택하게 만드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종종 다소 고요한 삶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큰 혼란과 불안을 가져다주기도 하나, 대체로는 삶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에피소드가 되곤 한다.


향수 공방에서 워크인으로 들어오는 고객들은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예약하고 오는 고객들은 지시에 따라 차분하게 향수를 제조하는 반면, 워크인 고객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내곤 한다. 하지만 훨씬 알차고 즐겁게 향을 만들고 돌아가는 이들은 대부분 워크인 고객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만큼, 나에게는 큰 뿌듯함과 즐거움, 그리고 감동을 선사한다.


오늘 워크인 고객 중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온 두 명과 런던에서 온 한 명이 있었다. 먼저 공방에 들어온 런던 고객은 향수를 꽤나 좋아하는 듯했다. 자신만을 위한 향수를 만들고 싶어 함께 여행 온 친구들과 멀리 이곳까지 왔다고 이야기한다. 특유의 울림 있는 목소리와 제스처는 공방을 가득 채웠고, 원하는 향이 나오자 'oh my god!', 'Sooo goood~' 하며 즐거워한다. 나에게는 매일 접하는 향료들이라 다소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그에게는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유일한 선물임이 전달되는 듯했다. 다소 시간이 초과되었으나, 그의 즐거움에 시간 제약을 두기가 어려웠다. 그의 에너지 덕분에 다른 고객들도 더욱 여유롭고 풍성하게 향을 만들 수 있었다. 서로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의 여백을 채웠고, 너무나도 다른 향을 만든 서로의 향을 맡아보며 클래스가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운영되었다. 고객들로부터 백 번은 넘는 감사 인사를 받은 것 같아 나에게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살다 보면 나와는 결이 다르더라도 마음이 가고 또 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친구들은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그 속에서 최고로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도록 함께하는 순간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가끔은 광대 같기도 하다. 그들은 작은 일상의 순간을 한 편의 귀여운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스토리텔러이다.


나의 소중한 친구 중 어린 시절부터 교사를 꿈꾸던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어릴 적부터 늘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쾌활하고 심플한 성격으로 많은 친구들에게 호감을 얻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함께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추억을 쌓았던 친구이다. 이제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꿈을 펼치며 살아간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물어볼 때가 있는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나 결이 매우 다름을 크게 실감한다. 나는 아이들의 깊은 내면과 방향성, 그리고 그들의 삶에 관심이 많고, 교우 관계나 어려움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보는 진지한 스타일이다. 반면 나의 친구는 아이들이 학창 시절을 가장 즐겁게 보내기를 바라며 그들의 일상 순간순간을 귀여운 에피소드로 담아내는, 정이 가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소통하는 선생님이다. 학생 때와 일관되게, 나의 친구는 가는 어느 곳이든 밝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각기 다른 결의 친구이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학창 시절에 없었다면 얼마나 허전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만큼 참 큰 존재였다.


이처럼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며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이들은 참으로 귀하다. 상대가 누구이든,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이 함께 주어진 작은 시간을 풍성히 물들이는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심을 느낀다. 다소 조용하고 차분하던 나의 공방 일상 가운데 다소 왁자지껄하지만 잊을 수 없는 뿌듯함을 선사해 준 고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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