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에서 배운 감사의 향기
선물이란, 벅찬 기쁨, 깊은 감사, 따뜻한 축하와 같은 소중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이에게 건네는 물건이나 마음을 의미한다.
공방에 찾아오는 손님들 중 누군가에게 조용히 선물을 안겨주는 이들,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소중히 안아가는 이들까지. 향은 그 자체로 다양한 마음과 의미를 담은 선물이 되어 오고 간다. 사람들은 향수를 짓거나 고르는 그 과정 속에서, 상대방 혹은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고뇌한다. 마치 상대의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옷이나 스타일을 고심하듯, 그들의 마음에 닿을 향, 혹은 정체성에 맞춰 정성스레 향을 빚어 가신다. 덕분에 따스한 데이트 코스를 위해,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을 위해, 혹은 특별한 기념일의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고객님들께서 설레는 발걸음으로 향수 공방을 찾아주신다.
오늘은 머나먼 뉴욕에서 온 한 남성분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남성분 홀로 공방을 찾는 일은 흔치 않으나, 가끔 오시는 것을 보면 아마도 한국 여행의 기념품으로, 혹은 소중한 연인을 위한 마음을 담기 위해 발걸음 하시는 듯했다. 여성은 남성이 꽃 한 송이를 건넬 때 감동을 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와 같은 맥락에서 향수를 받는 것 또한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정성이 닿아 가슴 깊은 감동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을 가만히 떠올리며 향료 하나하나를 신중히 고르고, 조심스레 배합하며, 마지막으로 정성스러운 이름을 짓는 일까지. 이 모든 과정이 손길이 많이 닿는 만큼, 사람들은 향을 빚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것에 초집중하는 듯 보였다.
꽤 긴 시간 동안 전심으로 향수를 빚고 있는 그 고객님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연인 될 분의 성향이 어떠할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홀로 사랑스러운 설렘을 품고, 뜨거운 열정으로 향을 완성하는 모습이었다. 완성된 향은 은은하면서도 시원하고,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매혹이 서린, 맑고 달콤한 향이었다. 어쩌면 그의 연인은 달콤함 속에 시원시원한 털털함까지 지닌,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레 여쭈어보니, 그는 그녀가 "매우 밝고 명랑한, 더없이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향수는 만들어진 후 약 2주간의 소중한 숙성 기간을 거친다. 이것 또한 향수 선물만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당장 그 자리에서 풀 수 있는 선물이 아니기에, 향을 기다리는 그 애틋한 시간 동안 만들어준 이의 진심 어린 마음과, 나를 향한 깊은 사랑에 대한 감사함이 더욱 증폭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향은 퍼퓸 베이스 속에서 천천히 숙성되며, 온전히 휘발 가능한 향수로 거듭나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린 소포를 설레며 기다리듯, 향수를 처음 뿌리는 순간마저도 순수한 기대로 가득 찬, 그런 황홀한 감정을 선사한다.
향수 공방에서 일하며, 나는 진정한 ‘감사’를 참 많이 배웠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 다람쥐 쳇바퀴를 굴리듯, '나는 과연 성장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이 찾아오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작은 일상들 속에서 주저 없이 감사의 말들을 건네고, 또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을 기꺼이 나누는 고객님들을 보며, 삶의 당연함 속에 숨겨진 진정한 감사를 발견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선물을 건네는 사람들은 그리 특별한 이들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들은 그동안 어딘가로부터 참 큰 사랑을 많이 받아온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에도 벅찬 우리의 삶 속에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건넨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 주변을 따뜻하게 돌아보고, 섬세한 마음을 표현하며, 상대의 삶을 향기롭게 만들 수 있는 넉넉한 여유가 있다는 깊은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나도 누구를 만나든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진정으로 마음의 여유를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