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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ug 08. 2022

진 빠지는 인터뷰

정말 내 인생을 이 인터뷰들에 가져다 바치는 기분이 든다.

세상 프로덕트 디자이너 인터뷰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인터뷰 프로세스는 대충 모든 회사를 아울러,

1차 리쿠르터 인터뷰 (전화)

2차 매니저 인터뷰 (상사) with video

3차 매니저 및 다른 stakeholder 인터뷰 + 프레젠테이션

4차 Whiteboard 혹은 Task assignment 인터뷰

5차 마지막 기업문화 인터뷰....


그리고 오퍼가 내려온다.


1, 2차까지는 그냥저냥 어차피 다 합쳐봐야 1시간이고, 하루 이틀에 나눠서 봐서 상관은 없는데......

3차 4차 5차는 정말 무슨 수능 치듯이 아침부터 점심 먹기 전까지 2시간 내내 조막만 한 모니터를 보면서, 제대로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로봇 목소리에 정말 내 몸의 모든 진을 다 쏟아내는 기분이다.


아니지, 정말 진을 다 쏟아낸다.




나의 top 3 회사 중하나였던 회사에서 아주 빠르게 1차 2차 인터뷰를 봤고, 3차 인터뷰로 넘어가 그걸 준비하는데 하필이면 그 이틀 내내 영국 사상 최고의 폭염이었다.


Amber 알럿이 떴고, 학교와 유치원 nursery는 문을 닫았다. 회사에 나가는 부모들은 어김없이 열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오래된 집과 에어컨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그 집에서 하루 9시간을 꼬박 박혀, 아이들이 미팅 때 소리 지르지 못하도록 쉬쉬거리며 꼬박 박혀 일해야 했는데.


딱 그때 나의 3차 인터뷰가 걸렸다.


온 집안 방바닥에 카펫이 걸려있는 이놈의 영국 집은... 정말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도록 애초에 그렇게 설계가 되어있는 건지....... 세상 지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열이 내 아파트 집에 가득가득 매워져 있는데 정말 뒤질 뻔했다. 죽을뻔했다로는 다 표현이 안된다. 정말 뒤질 뻔한 것이 맞다. 


이런 와중에, 나시도 못 입고, 잘 보여야 한다고 셔츠 입고, 열 뿜 뿜 내는 Laptop 앞에 앉아, 더운 바람 폭폭 나오는 선풍기 쐐며, 1시간을 내리 떠드는데......


인터뷰 다 끝나고, Leave meeting을 누르자마자, 셔츠를 집어던지고 소파 위에서 대자로 뻗었다.

하. 이러다 사람 죽겠다 싶었다.


갑자기 핑 도는 머리에, 어질어질 식중독이 오는듯한 메슥거림은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이조 막만 한 몸으로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저 대빵만 한 186cm 거구는 오죽했을까. 게다가 조립형 pc앞에서 일해야 하는 저인 간은 온몸으로 PC에서 나오는 열 선풍기를 받아내었다 8시간 내내......




나는 회사 첫 직장 때부터 Presentation은 항상 먹고 들어갔다.

presentation은 겁나 연습하고 대본 쓰고 또 쓰고 외우고 나면, 웬만한 질문은 다 예상되고, 이리저리 돌려쓰면 대충 커버 안 되는 질문이 없기 때문에, 연습만 하면 되는 Presentation 인터뷰는 그냥 그럭저럭이었다.


문제는 Whiteboard challenge 그리고 Assignment 였다.

도무지 뭐가 문제로 나올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그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라는 것을 도출하는 것도 모자라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할만한 주장도 Discovery라는 것도 그 자리에서 그 사람들이 purposeful 하게 내준 데이터를 이용해서 내야 하는 것인데.. 아니 이렇게 쓰고 보니까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렇게 하고 나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국 저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내놓은 내 방안이 그 사람들의 맘에 들지 않아 나쁜 소식으로 들려오면 그렇게 짜증이 날수가 없다.


너네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했잖습니까...




안 그래도 요즈음 저 Whiteboard, Take home challenge는 인터뷰 프로세스에서 없애는 추세라던데. 그래도 어지간한 정말 열린 회사 아니고서야 저걸 빼놓을 리가 없다.


세상엔 좋은 사람도 많지만, 일부러 사람들을 x 먹이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열렬히 키워놓은 돈 되는 큰 회사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앰버 알럿이 어지간히 많이도 들려오는 이 여름, 그냥 앉아만 있어도 진 빠지는데, 내 피땀 눈물을 바쳐야 하는 이 몇 시간의 인터뷰가 나를 바람 불면 툭 날아갈 종이인형처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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