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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03. 2023

새해의 나 그리고 관찰

2023.01.02

내일이면 내 맘대로 일어나고 먹고 싸고 쉬고 했던 그 패턴을 다시 벗어나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집에서 일하지만, 다시 모니터 속의 그 다시 반갑지 않은, 보고 싶지 않은 회사 사람들, 회사 일, 그리고 오묘한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 가끔 더더 거리는 나의 영어를 붙잡고, 야무지게 보이려 여러 번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그런 힘든 내가 되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갑자기 1월 1일 새해, 밤 10시 반, 자기 직전 나는 무서워 덜덜 떨었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는 무섭다고 불안해서 잠이 안 올 것 같다고 남편에게 안겨 울었다. 


나 스스로도 별일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남편의 목소리로도, 별일 없어, 그런 일은 없어라는 말을 듣고 나서도 나는 필요시를 먹고 잠에 들었다. 


어젯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한 꿈을 꾸었다.


뒤숭숭했던 꿈은 아니었는데, 다시 내가 상하이에 있는 그런 꿈이었다. 


꿈에서 나는 상하이 난징동루 겨울 길 위에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당시, 어렵게 어렵게 미국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을 때였다. 회사에서 회사로 옮겨 쉬지도 못하고 이전회사의 휴가까지 이직한 회사에 미리 출근하기 위해서 끌어다 쓰고, 그렇게 나는 어려운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다.


그때 나는 지금과 같이 덜덜덜 떨었더랬다. 별것도 아닌데, 갑자기 환경이 미국주의로 바뀌고, C level들과 시니어급들이 다 무조건 영어를 쓰는 백인 및 ABC 교포 주의라 완전히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일을 했다. 내 영어를 무시하면 어쩌지, 내 영어가 별 볼 일 없다는 걸 들통나면 어쩌지. 나 여기서 잘리면 비자도 없는데 어쩌지. 등등등 그런 상황에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결국 미팅을 끝내고 8시간 후 나는 자유의 몸으로 난징동루를 걸었다. 거기서 나는 아! 살았다.라고 했다. 진짜 그렇게 얘기했었다.


생존해 내었다고. 


 지금 영국에 와서 영국인들 뿐 아니라, 미국인들과도 소통하면서 그때와는 완전 다른 일을 하고 있음에도, 영어는 정말 내 문제 탑 5에도 못 낀다, 정말 별것 아니게 느껴진다. 참, 시간과 경험이라는 게 이렇게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니!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해, 그때 그랬지, 엄마 그때 나 벌벌 떨면서 막 울었잖아. 와 그때 그랬는데, 지금 나 아무렇지도 않게 막 일해. 라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매번 나는 뭐 하나 한 게 없는데, 이렇게 시간만 지나간다 했것만. 

신기하게 이런 게 갑자기 생각난다. 그것도 공황 와서 약 먹을 때. 


이렇게, 시간과 그 시간에 살아남은 내가 뭔가를 또 해내었나 보다.

5년 뒤, 2028년에는 또 어떤 게 바뀌어 있을까? 지금, 현재의 어떤 고통이, 또 오 년 뒤에는 고통이 아니라 추억이 될까. 


생전 궁금하지 않던 미래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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