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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04. 2023

알람, 루틴 그리고 관찰

2023.01.03

새해를 맞이해서 내 아이폰에 알람이 여러 개로 늘어났다. 


Wake up 8am 

Work starts 9am

Take medicine 10am 

Soon, Storm ends 4:45 pm 

Diary please 05:05 pm

Yoga or Book 7:10 pm

Breathe and Meditation 9:10 pm 


이렇게 매일매일 맞춰놓았다. 주말 빼고 공휴일 빼고 그런 거 없이 매일매일. 

나는 매일매일 이렇게 살고 싶다. 웬만하면 누가 돌아가시지 않고서야 이 루틴을 깨고 싶지 않다.



그래도 상당히 현실적으로 짠 알람이다. 여러 번 생각했다. 여러 번 바꾸고 수정하고 Delete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일기장에 혹은 기나긴 여름 방학 동안에 늦장 피우지 말라고 억지로 스케치북에 그리게 한 원모양의 내일상 표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때의 나의 일상원표에는 말도 안 되는 시간대의 기상시간과, 점심은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30분 점심시간을 작게 그려 넣었고, 새벽 2-3시까지 엄마가 집에 오시기 전까지 잠도 안 자면서 새나라의 어린이라도 된 마냥 밤 9시에 침대에 들어 ZZZ 한다고 해놨었다. 


새벽 3시에나 학원문을 닫고 열일하고 들어온 엄마에게, 다녀오셨어요 대신, 엄마 오늘은 프라이팬 비빔밥해주면 안 되냐는 그런 철없는 생떼이나 부렸던 그 창피한 어린 시절이 다시금 새록새록하다. 


저랬던 어릴 초등학생 시절을 제외하고 나는 꽤나 스케줄에 맞춰서 정확히 생활하는 걸 좋아라 한 것 같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생 때도 (뭐 친구도 그다지 없었다만) 애들이 혹여나 어디 가자고 영화 보자고 하면, 학원 간다는 핑계로 은근히 나만의 스케줄에서 맞춰서 사는 걸 즐기며, 그때당시 딱 하나 다녔던 토플학원에 갔다. 


중국으로 대학교를 들어가서 이런 스케줄표 일생은 더 심각한 편으로 변했다. 

아침 수업 듣고, 점심 먹고, 30분이면 다 먹으니 다시 교실에서 좀 뭉개다가 오후수업 얄짤없이 10분 휴강 빼고 6시 반까지 들은 다음 학식에서 10위안도 안 되는 밥 싸와 내 기숙사 1인실에서 먹는 그 평온한 스케줄이란.


혹여나 애들이 클럽 가자, 술 먹으러 가자 하면, 그게 그렇게 가슴 떨리게 두렵고 싫었다.

불안증세가 이때부터였나? 그냥 가기 싫으면 안 가면 되는 것을 안 가면 안 되느냐, 덜덜 떨면서도 또 택시 타고 같이 놀러 다녔다. 별도움도 안 되는 것을.


나중에 나도 반항 좀 해보겠다며 논문 쓰느라, 새벽 3시 4시까지 24시간 카페에서 뭉개는 유학생들 무리에 JOIN 했다. 도대체 새벽공부, 밤샘공부는 누가 발명한 건지 때려죽일뻔했다. 뭔 정신과 집중력으로 그 짓을 하고도 좋은 성적을 받기를 바란 걸까...


각설하고, 루틴에 맞춰서 내 명줄에 맞게끔 살기로 했다. 


내가 알림마다 그 주제에 맞춰서 다르게 설정한 알람소리가 또 이렇게 편하게 들릴 수도 있구나 싶다. 



STUTZ 가 말한 것 중에는 life force라는 게 있다. Body, People, Yourself 이렇게 순서대로 피라미드처럼 그려놨는데, 우울증을 해결하려면 이 3가지의 Life force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나는 명상도, 요가도 하고 있으니, 이번엔 People을 해결해 보고자, 내가 항상 Subscribe 하는 미디엄 작가들 이름을 검색해 나한테 시간 좀 내줄래? 했다.


이미 알고 지내던 멘토들에게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 및 말할 구실을 보내고는, 나랑 Coffeechat 좀 이라며 나름 템플렛도 만들어서 메일도 보내고 메시지도 보냈다.


이렇게 라도 하면 뭔가 걸려도 걸리겠다는, 덜 외롭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답변이 오기를 기다린다. 


띠링,

금요일 11시, 어쩌다 같은 동네에 사는 디자이너와 시간이 잡혔다.


어차피 모니터 보고 하는 건데 뭐 어때, 그 싫은 인간들 보고 미팅하는 것 보다야 낫지...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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