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eongrim Amy Kang Jan 02. 2023

2023년의 이름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2

반성 후의 계획

3-5개 정도의 계획을 잡는 게 가장 좋다던데, 일생이 어수선한 나는, 도저히 3개만 꼽을 수가 없다. 이렇게도 오래 묵은 버려진 폐허처럼 고칠게 많은 나의 2022년을 다시 돌아보고서도, 2023년의 새해 목표를 3개만 잡는다는 건...

뭔가 화장실에서 x 덜 닦은 느낌이 될 것이 분명했다. 


노트에 Personal, Work 이렇게 두 가지 카테고리를 잡고, 가운데 줄을 쫘악 그은 다음, 개인적인 목표 하나, 프로페셔널한 목표 하나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총 8개-9개 정도 써 내려갈 때즈음, 문득, 


"내가 이걸 다 할 수 있다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거 다 못하면, 다시 지난해, 지지난해, 지지 지난해 꼴 나는 거 아니야? 

열심히 놀려대었던 펜을 종이에서 떼어내고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템들을 살펴보았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 하루에 하나만 꺼내기 

호흡하기,

요가하기 걷기, 

7시 반 기상, 주말 제외 없이,

포폴 다시 업데이트 

인터뷰 요청 5개 

Promotion signal 피드백 논의 등등등....


나답지 않게 야심 차게도 적어대었네.


아무리 내가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야심 차게 마음먹고, 힘차게 달려간다 해도, 사람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내가, 나 자신이 모를 리가 없는데, 그럼에도 다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1년 안에 저 몇 개쯤은 한 달 안에 끝낼 수도 있지 않겠냐며 오만스럽게 생각하는 내가 바보 같았다. 


개인 적인 것, 프로페셔널, 둘 중 하나만 잡기로 했다. 


절반을 쓱 그었다. 



2022년을 다시 또 살폈다. 


그리고 결정했다. 

프로페셔널 쪽의 섹션을 전부 그어내었다. 


내가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나의 부정"이었다.


나에 대한 부정, 다른 이에 대한 부정, 세상에 대한, 회사에 대한, 내 가족, 남편, 모든 것에 대한 이 부정적인 부정. 30대 내내 이런 부정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이 부정을 조금이라도 잠재우는 게 내 인생에 시급한 숙제였다. 그런데 프로페셔널 목표, 승진, 인터뷰라니...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긴 마찬가지이다.


최근 읽은 책 I MAY BE WRONG에서 저자는 높은 매니저급에서 내려와, 탁발한 스님이 되기 전, 호흡을 했다. 비구니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저자만큼이나 세상에 못지않게 시달리고, 더 이상 이 세상에 있고 싶지 않은 나도, 호흡을 하기로 했다.


이전글에서, 내가 가끔 호흡을 안 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을 때가 있다고 하는 글을 다시 봤다. 스트레스가 고조에 달하거나, 우울이 극에 달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땐 내 몸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안 했다, 아니 참는 게 맞는 표현 일 것 같다. 그리고 숨이 찰 때까지 멈추다, 한 번에 휴우. 그러기를 반복, 공황이 온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나는 2022년 지금까지 아직도 호흡을 잘 안 하는 버릇을 못 고치고 있다.

요가를 시작 한 이후엔, 호흡으로 시작해, 호흡으로 끝나는 요가루틴이 나의 나쁜 호흡버릇을 조금은 고쳐줬지만, 그마저도 하기 싫은 날엔 여차 없이, 숨을 안 쉬고, 나쁜 꿈을 꾸고, 밤에 방이 떠나가도록 이를 간다. 

빠득빠득.


 회사에 부정적인 생각과, 회사 그 안의 인간들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짜증 나고, 투덜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호흡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첫째: 호흡하기 수시로 

첫째 목표가 세워졌다. 



두 번째 목표는 꽤나 쉽게 다가왔다. 


오랫동안 캐캐묵은 나만의 행동패턴이 있다. 그걸 깨야한다.


뭔가를 하고 싶지 않은 상태, 그런데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상태, 해내고 싶은 상태 그 중간에 연옥처럼 어정쩡한 상태에서 있기를 반복하는 나날들이 있었다. 몸은 정지, 얼어붙은 명태처럼 Frozen 상태인데, 머리는 핑핑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해야 할 것 만 같은 그런 마음과 열정으로 나를 나쁘게 불태웠다.


결국 몸으로 Externally 뭔가를 해내지 않으니, 보이는 것은 없고, 그렇게 나는 우울증이라는 것에 핑계를 대다, 자괴감으로 도취되어 8시에 침대에 들고, 무의미한 스크롤질을 하다 잠이 드는 게 나의 2022년 하반기의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몸이 정지를 하면, 정지한 상태를 인지하고,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첫 생각을 잡아,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둘째: 몸이 Freeze시 인지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어차피 뭔가를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데 내가 안 할 때의 느낌은 내가 어떤 쓸데없는 짓이라도 했을 때의 느낌보더 훨씬 더럽고 부정적이라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에, 그게 먹는 것이던, 스트레칭이던, 화장실이던, 뭐든 하기로 했다. 그렇게 vicious cycle을 깨내면, 다른 cycle이 만들어질 테고 그게 저것 보단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셋째: 일지 쓰는 루틴 

2022년을 돌아보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 브런치에서 내가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썼던 일련의 글들과, 내가 내 멘털을 뒤집어 돌아보겠다며 했던 멘털일지였다.


항상 남이 어떻게 나를 바라보는지, 나를 신경은 쓰는지,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나는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남의 생각에 너무 많이 신경을 쓰느라, 나를 보는 자세와, 신경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내가 뭘 해야 만족감이 들고, 하루를 잘 보냈다고 생각하는지, 내가 갑자기 몸이 정지되거나, 힘들다면 왜 힘들고, 그것을 어떤 단어를 써야 표현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지금도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오늘은 우울하다면, 왜 어떤 일이 나의 우울 버튼을 눌렀는지?
기분이 좀 좋다면 어떤 것이 나를 기분 좋게 했는지, 세속적이든 돈이던 상관없다. 
내가 정말 이 업계에서 살아나가고 싶은지,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과 팀에 속해야 내가 편한지.


저 주요 3가지 것들을 그중에서도 많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자잘한 모든 것의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나에 대한 정보와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모든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유튜브로, 어떤 이들은 틱톡으로 인스타로 소셜미디어로 그것을 보인다면, 나는 그런 건 죽어도 못하겠으니, 글로 써 내려갈 것이다. 


100자가 되든 1 문장이 되던 어쨌든 나날이 해보기로 했다.

5시 5분, 알람을 매일로 맞췄다.




2023년의 3가지 목표가 세워졌다.

첫째, 수시로 호흡하기

둘째, 몸이 정지되면 정지를 인지하고, 생각 아무거나 잡아 행동하기

셋째, 관찰일지 쓰기


아무것도 안 하겠다.

2023년 이것만 해보겠다.

그리고 다가오는 긍정을 그 긍정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작가의 이전글 2023년의 이름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