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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Dec 30. 2022

2023년의 이름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어떤 이름이 되려는지 궁금하다.

안티 클라이맥스처럼 박싱데이가 끝났다. New year new me...


세상 New Year New Me처럼 세속적이고 BS 같은 게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12월 31일에서 현식적으로 32일로 넘어갈 수 없으니, 1월로 다시 시작해서 다른 하루가 또 똑같이 시작되는 것뿐인데, 뭐가 새로울까 싶은데, 이제 나도 한다 계획, New me 가 간절히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은 크리스마스 선물 리스트에 2023년 다이어리를 넣는 것으로 첫발을 끊었다.


그리고 1월 달력에 벌써 덕지덕지 스티커가 붙여있다. 



새해목표를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가 그 전해를 돌아보는 일이라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겐 과거의 내가 쓴 브런치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조심스레, 세상을 까기 위해서 적어온 나의 낙서장들.


그중에서 2022년만 딱 골라서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2022년의 키워드 3가지를 뽑으라면,
1. 투덜 2. 결혼 3. 취(이) 직이지 않을까 싶다. 


1월 & 2월

1월에는 결혼준비한다며 이리저리 쏘다니고 피곤하고 힘들게 살다가, 브런치를 들춰보니 2월이 되었다는 글을 시작으로 2월 2022년의 나는 결혼준비가 너무너무 힘들다고 써놓았다. 

그렇다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것만으로 1월과 2월의 theme은 충분하지 않을까. 


3월

브런치의 나의 글은 내가 지금 다시 봐도 눈이 시리고, 마음이 답답해질 만큼, 투덜과 징징을 넘어서는 보챔이 가득하다. 아이의 그런 어떠한 보챔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에이전시를 풀타임 원격으로 다닐 시절 그 시절의 나의 반항심과 그에 부합하는 일의 열정이 글에 보인다. 글을 저렇게 썼어도, 그 팀 안에서 회사 안에서 내가 써 먹힌다는 것에 내심 자부심을 느꼈다. 마치 정치인처럼 "이딴 식으로 회사가 굴러가야 되겠어!"라는 말은 하고 있지만, 이딴 식으로 굴러가도 결국 나를 쓰네 라는 비열함도 묻어있다. 

이달의 Theme으로는 투덜투덜 투덜이 열일하는 스머프가 딱이다. 


4월 

결혼의 달이다. 큰돈 주고 결혼을 진행했고, 엄마와, 동생도 한국에서 모시고 영국에서 식을 올렸다. 

2년, 1년 전부터 결혼식 테마, 드레스, 메이크업, Venue, 케이터링 꽃등등 이것저것 구매하고 만져보고 따져보는 여느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나와 대니는 어쨌든 6개월 안에 해치우기 바빴다. 그 와중에 비자도 처리하느라 정말 애간장 녹이는 1분기를 보냈고, 그것에 대한 Grand Finale 가 여기에 적혀있다. 그러면서도 슬슬 망가져 가는 나의 머리와 마음도 보인다. 

4월의 Theme은 결혼이라는 큰, 또 다른 세상과, 폭풍 전의 고요함이 되겠다.


5,6월 그리고 7월 나의 탄생의 달의 글은 가만히 보고 있기도 불편하고 아프다.

키보드라도 표현해야만 꺼질 것 같은 이 불덩이 같은 마음을 미친 듯이 써내려 갔을 때의 그 감정이 다시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힘들다. 죄다 나의 너덜한 인생과 투덜 그리고 울분에 관한 이야기이다. 

Stutz의 말처럼 내 인생의 unfairness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 화내고 열정적이게 슬퍼하는 내가 보인다. 결국 그 속에 Maze로 빠져서, 앞으로 향하지 못하고, 달팽이관처럼 계속 원으로 돌고 도는 내가 보인다. 그 와중의 내가 없는 사이 이루어진 한국의 엄마 은퇴, 그리고 회사에서의 정치질에서 결국 살아남지 못한 나,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이직으로 성공시키려는 내가 아등바등 이리저리 휘날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폭풍우 가 Theme이다. 


8월에는 이직에 성공해서 "살만하다"라고 웃기게도 적혀있다.

이런 간사한 인간을 보았나? 나의 우울증과 불안증세는 결국 Reactive 한 게 아닌가 싶다. 

이직에 성공하고 비자도 받고, 나와 대니 둘 다 커리어적으로 성공한 듯이 보이지만, 나는 아직도 울고불고를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글에서도 보여, 굉장히 한탄스럽다. 그리고 그 한탄은 나 스스로만 느끼는 게 아니라, 파트너인 대니도 느끼고 있었다. 굉장히 많이 싸운 달이다. 나도 그렇고 대니도 그렇고 집안에 같이 있기 싫어서 서로 한 번씩 문 쿵! 닫고 나간 적이 있으니까. (그래봤자 아파트 앞 산책길 한번 돌고 오는 게 다면서...)

웃기게도 2023년에는 닥치는 대로 현재를 살아야지!라고 되어있지만, 이 글을 쓴 이래로 나는 단 한 번도 닥치는 대로 그날, 그 달, 그 시간을 산적이 없다. 여전히 과거의 울분에 묶여있고, 미래의 불안과, 현재의 바쁨에 내 모든 걸 녹여내기 바빴다. 

잠깐의 짬으로 갔다 온 두 번의 휴가와 휴식도 나의 우울을 식힐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도 방황. 이 나의 8월 theme이 되겠다. 


9월 10월, 

드디어 3년 만에 첫 오프라인으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는 순간을 맞이했다. 2020년 2월 코비드로 인해 상하이를 빠져나와 3월 락다운 그리고 무제한 락다운을 지나 2년 반 만에 처음 느껴보는 Social activity였다. 

기대도 되면서 (절대 티는 내지 않는다.) 무제한으로 몰려오는 불안함과, 떨림 증세, 그리고 누가 나를 덮칠까 공포에 쩌든 나의 모습이 나의 출근기에도 묻어나있다. 아직도 기차는 무섭다...

뭐든지 내 머리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되는대로 다 집어넣고, 스펀지처럼 빨아넣어주겠다!라고 호언장담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상한 곳에서 예민하고 눈치 빠른 나는 아.. 나 다시 X 됐는구나를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여전히 다니고 있지만, 굉장히 여유롭고, 또한 불만스러운 태도로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 대한 표현을 다시금 브런치 나의 일지로 보니 참 신기하다. 이렇게 시간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이 2달의 Theme은: 3년 만의 출근과, 계속되는 불만족스러움


11월 12월은 정말 눈코 뜰세 없이, sprint로 움직이는 스케줄대로 컴퓨터 켜고 끄고를 보내다 보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지냈다. 그 와중에 어떻게든 바뀌어 보겠다고 specialist와도 다시 예약을 잡고, 약뿐만이 아니라 이번에는 국가에서 인정한 사람들만 할 수 있다는 Clinic therapy도 시작했다. 아직도 하고 있는 중이다. 살짝 달라 보인다 라는 착각도 든다. 결국에는 약물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자꾸 슬퍼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답을 피한다는 생각도 든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아닐까라고 의심도 한다. 

그 와중에 저 우울과 불안을 가중시키는 말도 안 되는 X 같은 피드백도 듣고, 결국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그런 회사생활을 지속하고 있지만 2023에 다시 오는 1월에는 바뀌어보자는 생각에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만족스럽지 않음, 그러나 계속, 다시 시도해 보겠음. 이번해 마지막 theme 되시겠다. 



이렇게 주제를 나열해보니 내가 개선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끊임없이 부정적이고 답 없는 투덜거림과 지속적인 자기 학대"

가 제일 가장 눈에 보이는 무조건 개선해야 할 점이다. 어차피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그런 상황과 상태, 사건사고들을 내가 가장 잘하는 부정적인 시선과 사고로 바라보며, 투덜거리고 빈정거리니, 결국 모든 세상이 흙빛으로 보이는 건 당연한 차례, 그리고 그게 지속적으로 나를 알게 모르게 학대하는 지경으로 이르러, 결국 나중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살기 싫은 상태로 만들었다.


약을 먹어도 딱 "죽기는 아직 싫음" 상태로 만들고, 그냥 영혼 없는 상태로 일, 침대, 일, 침대를 반복하게 된다. 이런 삶이 다시 나는 불만족스러우니, 결국 왜 살아야 하지 라는 생각으로 살게 되고, 약을 먹어야 생을 이어가는, 나 자신을 그런 인형의 상태로 만들었다. 


내가 세워야 할 목표 중 하나가 세워졌다. 

2023년 상반기, 슬퍼하고 짜증 내는 부정적인 시간을 줄이고,
호흡을 늘리기로 했다. 

나같이 시니컬에 쩌든 아이가 갑자기 세상이 아름답고 밝다 라며 투덜을 긍정적 찬사로 바꿀 수는 없으니, 바꾸지는 못해도, 하지는 말자가 목표가 되었고, 그 시간을 호흡으로 채워 넣기로 했다.


그냥 살아서 숨 쉬는 것 말고, 정말 가부좌 제대로 틀고 하는 내 호흡이 들어감과 나감에만 신경 쓰는 그 호흡.





너무 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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