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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07. 2023

싫은 사람 그리고, 관찰

2023.01.06

내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냥 "나"라서 그런 걸까. 


나는 어딜 가나 항상 불편하거나, 더 나아가 싫어하는 사람이 생긴다. 물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여기 내 글에서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다.


원래도, 그다지 동물과 인간 둘 중 하나 고르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동물을 고르는 그런 무자비한 Resting bitchface의 소유자이지만, 어떤 이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엮여야 할 상황이 생기면, 이런 "싫음"의 상태는 더욱더 분명하고 빠르게 나를 찾아온다.


아 젠장, 우리 팀에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




어딜 가나 나와는 맞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이번엔 조금 예상과는 다른 상대이다.

내가 싫어하는 상대가 나의 라인 매니저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곤란하다.


이 포지션오퍼를 받고 나자마자 나는 마음속으로 은근 결심한 것이 있었다. 웬만한 Red flag가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으리. 그래도 기꺼이 넘어가리. 이 정도의 포지션과 이 정도의 베네핏이면, 다 눈감아 줄 수 있다. 


이런 천진난만하고 앞뒤구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 얼마나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건지, 지금에서야 알았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안타깝다.


정말이지 이 포지션에 정말! 적어도. 적어도 2년은 있으려고 마음을 굳건히 먹고 들어왔다. 


나란 사람은 항상 투덜이 스머프 마냥, 투덜투덜, 부정적인 것을 읊어도, 결국에는 노예처럼 이리저리 굴려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입으로는 궁시렁해도, 결국에는 열일하게 되어있다며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고 다짐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는 걸 지금은 알지만, 그때 일찍이 알았더라면 뭔가 달랐으려나. 


이 회사에 있기를 6개월, 점점 더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 꽤 많았다. 다들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구나, 영국팀도, 영국에 있는 나의 또 다른 매니저도.. 결국 다 그렇고 그렇게 모른 척 은근슬쩍, 그래도 그렇지 않은 척 흘러가는 거였구나 하니, 그렇게 금방 넘어가버린 나란 사람이 조금은 모자라 보인다. 


결국 내가 스스로 알아차렸으니, 영국 팀 멤버들도 뭐 어쩔 수 있나, 다들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결국은 이야기가 같다. 


"우리도 저 사람 불편해.. 싫어.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나.
그냥 Bad manager인걸." 

그냥 Bad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내가 직접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존재라 상당히 곤란하다. 

그래고 이런 상황에 1월이라 그런지 또, 이직을 하는 멤버가 생겼다. 

그래서 마음이 더 심란하다.


멘토의 말로는 이제는 더 이상 1년을 채우고 2년을 채우고, 몇 년을 채워 보이는 그런 로열티를 보고 인재를 뽑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한다.


3개월을 있었던, 6개월을 있었던 그건 그거고, 결국 인재라면, "인"과 "재" 중에서 재능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그건 재능이 뛰어난..." 호흡을 하고 생각을 멈췄다.  

여기에서 더 깊게 생각하기 전에, 그래 경력이 이렇게 많은 영국에서 나고 자란 멘토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하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멘토에게 2주 안에 업데이트된 CV를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별로 그다지, 손쉽게, 그리고 행복하게 이 상황을 입 밖으로 선언하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 절이 맞지 않으면 승려가 나가야 한다고 했던가,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음을 이미 머리와 마음속으로는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돌아버린 마음, 돌아버린 머리, 좋은 결과를 위해서 직진하자는 생각으로 용감하게 (용감한 척)한 발자국 더 내밀어본다. 


어딜 가나 나와는 맞지 않은 불편한 사람은 있지만, 이번에는 꼭, 꼭, 꼭, 맞지는 않아도 싫은 Bad이라고 생각되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았으면, 그런 사람과는 운이 좋게도 얼굴 보며 일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2022년 8월에 지겹도록 본 나의 CV를 다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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