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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21. 2023

한탄하기, 관찰

2023.01.20

Venting. 

징징대기.


아마 내가 세상에서 제일로 잘하는 짓거리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딘가에서 징징대기 세계선수권을 꼽으라면 그래도 10위권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다. 


Venting은 영어로 직역하면 "풀기"

꽉 가스로 막힌 밸브를 풀듯이 무언가를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난 내 안에 뭘 그렇게 풀어내고 싶고, 뱉어내고 싶어 이렇게 징징 대는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별로 미팅이 없는 금요일.

오늘 멘토 두 명과의 미팅을 잡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 명은 링크드인에서 마구잡이로 커넥팅 신청하고, 혹시 디자인 커리어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없을까? 네가 딱이야!라고 하며 시작한 미팅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나 그렇듯 Venting으로 시작해 충고로 끝나는 알고 지내던 멘토와 함께 했다.


사람과의 대화가 조용히 고팠던 나에게는 새삼 즐거운 2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의 대한 새로운 면모도 발견한 그런 날이다.




10시 반, 이번에 링크드인에서 처음 만난 SAP에서 무려 12년간을 리서처로 일했다는 분을 만났다.

시간을 내주어서 감사하다고 시작한 후, 어떻게 그 자리에 그렇게 오래 있었을 수 있었으며, 계속해서 트렌드나 업계정황 때문에 무지막지하게 빠르게 변화해 가는 프로덕트 디자인 업계에서 그렇게 꾹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 그리고 B2B업계는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현재까지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질문거리를 물었다. 


이러쿵저러쿵 서로의 대한 상황과 Context를 막 이야기하다, 정말 내가 딱! 표현하고 싶은 단어를 만났다.


We are not working as a Service Provider.

Service Provider. 


허구한 날, 내가 은행에 대한 업계지식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항상 곧이곧대로 PM말만 잘 들어야 하는 그 상황을 도저히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고 했더니, 멘토가 바로 언급한 단어다.


이 업계는 희한하게 우리들을 프리랜서나 컨트랙터처럼 그냥 Mockup만 주면 끝나는 그런 일종의 서비스 에이전시 즈음으로 생각한다고, 아무리 한 회사에서 한 팀원으로 몇 년을 일해도 그 생각은 어떻게든 진화하기만 하지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역시 연륜과 지식? 은 어디 가지 않는 건가.

이 간단한 단어를 나는 몇 개월간 매번 상황에 힘들어하면서도 생각해내지 못했것만. 


그리고 멀티플라이어라는 책을 추천받고, 디미니셔 같은 매니저가 아니라 멀티플라이어 같은 그런 매니저를 만나 훨훨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으로 미팅을 끝내려는데... 나에게 절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성향을, 갑자기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너만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그런 소리를 하셨다.


People person, 외향적인 사람을 항상 향하는 그런 사람.

네? 제가요? 저는 사람 사이에 있으면 엄청 불편하고 막 힘든데요...? 


본인이 보기엔, 인터넷상으로 링크드인에서 본인에게 별로 인맥이 연결되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커넥팅을 요청하고, 미팅을 잡는 그런 상황으로 봐서는 나도 꽤 People person이 아닐까라고 하셨다. 


아.. 고양이인척 하면서, 나도 개였나. 

그저 게을렀던 것인가.

나도 그렇게 사람이 고팠던 그런 사람이었나.


이게 이렇게 드러난다고?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서? 


신기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다른 모습. 이게 이렇게도 보이는구나 싶더라.



2번째 나의 멘토와의 정규 미팅.


이번에도 결국은 Venting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시간을 내준 분에게 너무 무례했다는 생각에, 나름 미팅 어젠다도 먼저 생각해서 드리고, 이런저런 질문거리를 이번에는 내가 먼저 던졌다.


개버릇 누구한테도 못준다고, 결국 다시 징징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결국에,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그런 클리셰 같은 조언과, 결국 Venting 하는 것에는 아무런 잘못도 없지만, 징징대기만 한다고 해서 뭐가 변하는 건 아니라는 말을 내 뼈에 콱! 박으셨다. 


신세한탄만 목청 쉬어라 한다고 해서 신세한탄을 그 누군가가 들어주고, 옛다 하고 새 직장이나, 돈을 던져주는 것도 아닌데, 뭘 바라고 이렇게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는 건지 나도 답답하지만, 다시 또 돌아가는 나에게 아직은 마음이 힘들어 채찍질은 못하겠다. 


다만 오늘,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지고 현 상황을 타도해야 하는지는 다시 배웠다.


직장인 6년 차, 아직도 항상 새롭게 졸업한 대학생의 마음으로 직장을 대하고 구하고, 다시 본다.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신선하기는커녕, 멘땅에 헤딩하듯 띵하고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또 고립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한탄을 하겠지.


그 사이클을 끊어야겠다.

풀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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