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하게 사는 삶을 포기하다.
자가격리로 인해 내 삶은 유튜브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
그런 와중에 내가 유독 꽂혀서 보는 채널이 하나 있는데
"네온 밀크(Neon Milk)"
루폴의 드랙 레이스, 드랙 퀸 경쟁 리얼리티가 국내에서 굉장한 입소문을 타기 이미 오래전부터
네온 밀크는 존재했고, 그런 퀸들을 국내에서 공연할 수 있게끔 징검다리 역할을 한 회사라고도
전해진다.
그들의 화기애애함, 코믹함, 개성 등등이 있지만,
그 와중에 나를 확 끌어당겼던 건,
그들의 평범치 않은 자신감, 우리 이 꼬질꼬질한 (코로나 덕분에 더 그러한.)
인생에 대한 튀는 태도였다.
한국사회를 사는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튀기 싫다,
평범하게 살자,
평범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길게.
이런 대중들의 속에서, 소수의 집단으로 불리면서도
그들은 남의 시선을 더욱더 사로잡기 위해서,
더욱 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이들과는 달리,
나는 어렸을 적부터, 의도치 않게 튀었다,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물론 가끔가다가 툭툭 튀어나오는 4차원적인 언행 때문에도 그렇지만,
학창 시절..
나는 뭔지 모르게 항상 선생님한테 걸렸다....
바로 내 앞에서 우리 학교 전교 1등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데,
선생님은 꼭, "티 안 나게" 졸고 있는
나를, "XXX!!!" 라며, 내 풀 네임을 우렁차게 언급하고는
나에게 쪽을 주셨고..(허허허허 허)
내 인생 최악의 시간,
여고를 다닐,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렇게 선생 눈에 띄고도 싶지 않았건만....
우리 엄마는 학부모 회의에도 잘 나오지도 않는데,
담임과, 학부장(?), 선생들 중의 대빵은 나를 꼭! 그렇게
교무실로 불러서,
안 그래도 같은 반 학생들 눈치 더럽게 보는 나를
더욱더 눈치 보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뭔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항상 이런 문제 때문에 엄마에게 징징대고 울며불며 힘들다고 하면,
엄마는 나에게,
"네가 튀어서 그래." "평범하지 않아서 그래..."
라고 했다. 위안을 주기 위해서 할 말 없는 엄마가 그냥 내뱉은 말이기도 했겠지만,
도대체 뭐가???????????
그때부터 나는 "튀지 않으려" 무단히도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애를 썼다.
정말 애썼다.
중간만 가자, 평범하게 살자, 평범하게 행동하고 생각하자,
남들이 하는 거 따라 하자, 남들이 예스라고 할 때 나도 무조건 예스다.
안. 타. 깝. 게. 도....
나의 의지로 선택한 나의 인생은 그렇게
대중들이 생각하는 20대와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갔고,
튀지 않으려, 그렇게 남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살아왔던 나는,
남들이 예스라고 외칠 때 "노!"라고 강력히 외치며
모나게 튀었다.
유학을 가서, 대학교를 가서도,
눈치는 더럽게 보면서도, "장학금"이라는 욕심은 놓치고 싶지 않아,
한국 유학생들과의 관계를 거의 단절하다 싶이해,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특히 우리 학과에서는
"잘난척하는" "재수 없는"애로 유명했다.
졸업하고 나서도, 석사 박사를 밟지 않음에도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뻐텨(?),
졸업생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안 간 아이로
또 튀었고,
유학을 시작한 이래로 10년이라는 기간을
해외에서 외노자로 지내면서도,
그렇다고 또 한국인 같은 직장인들과는 거리를 두는 그런,
튀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눈치는 더럽게 보면서도, 소심하면서도,
그렇게 나는 튀는 생활을 이어갔다.
정말 피곤하게 살았다.
그냥 눈 꾹 한번 감고, 불편한 사람이라도, 불편한 관계라도 그렇게
지속하고 이어갔다면, 나도 (외노자라는 것부터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하게 유하게 살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저 사람들은 소수자로서,
그 소수자의 또 소수자로서
어떻게 저렇게 튀며 살아갈 생각을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미움받을 수 있는 저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들의 영상을 계속 보면서,
답이 나왔다.
"그냥 받아들이기."
네온 밀크의 대표님 밤비님이 한 언급 중에서 쉬운 말이면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말 중 하나가
" 그런가 보다...."였다.
나도 나를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미련을 가지지 않고 살아갔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항상 뭐든 것에 미련을 가지고 질척거렸던 나는
학사 시설, 내 싱가포르 베스트 프렌드도 끊임없이 나에게 얘기해주었다.
"그건 그냥 지나간 거야, 인정하고 미련을 버려."
그럼에도 두 마리의 토끼를 어떻게든 부여잡겠다며
되지도 않는 꼬리를 붙잡곤 했다.
그런 생활이 10년이 이어졌다.
2020년은 망했지만,
한 가지는 바꾸고 가야 할 것이 생겼다.
"그냥 인정하고 미련을 버리고, 내가 꼴리는 대로 살아가기"
내가 남들이 생각할 때 이상한 언급을 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던,
수군거리던,
표정을 이상하게 해 내가 눈치 보이는 일이 생기던,
어쨌든 간에 나는 내가 꼴리는 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냥 난 그런 사람이니까 받아들이려면 받든가 아니면 말라는 태도를
장착하고 살아가겠다.
튀면 튀는 거고, 내가 걸리면 걸리는 거고,
남들이 뭐라던 그런 삶을 살아가겠다.
그 대신 예의는 지켜가며, 싸가지는 있게.
그렇게 살자, 몇십 년간의 그 "평범"의 콘셉트를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