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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Sep 29. 2020

6의 법칙 그리고 크리스마스

유난스러운 영국의 크리스마스와 흐리멍덩한 나.

영국에 입국한 지 벌써 4일이 지나버렸다.

그새 나는 남자 친구에게서 감기를 옮아버렸고(가래만 더럽게 끊어대고 열은 하나 없다..)

서로에게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짓궂게 부르며,

그렇게 맹숭맹숭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여기는 아직 10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핼러윈보다는 크리스마스를 더 부르짖고 있다. 


"아.. 또 유난스러운 크리스마스야.."

라고 내뱉기엔,

서구권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정말 어마 무시한 

휴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한 줄은 마음속으로만 내뱉기로 한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항상 기말고사로 머리 아팠던 기억과

북미, 유럽 관련 학석사 박사 학생들은 아예 교무실 문을 닫고,

일찍 방학을 맞이해 집으로 돌아간다던,

개 빡치는 공고문이 생각난다. 


그리거 뼈 서리게 추었던 상하이의 기억도 나면서,

그 추웠던 기억을 여기 영국에서도 다시 느낄 것이라고 

생각 못했지...


그리고 아직도 

"나만" 춥다.....




영국은 여전하다.


영국 공항을 제외하고, 다른 곳은 여전히 똑. 가. 다.


마트나 샵에 들어갈 때만 성인들만 마스크를 쓰는척하고,

아이들은 안 쓴다. (나는 프로 불편러이기에 저 모습을 보면 짜증이 솟구친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처럼 길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1인도 볼 수 없다.


최근 영국에서는 

영국 총리 보리 아저씨(BOJO)와 그 외 수하 과학자분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계속 이상태로 가다가는 경제고 나발이고 상관없이 

제2차 락다운을 걸 어재 끼는 수가 있다며 협박했고,


성난 민심의 표적이 될게 뻔했던,  "Rule of SIX"의 법칙을 만들어,

절대 집안 집 외에서도 6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경고문을 늘어놓았다.


솔직히, 남자 친구도 나도, 그리고 그 외 친구들도,

저게 무슨 놈에 소용이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하라는 BOJO 아저씨의 경고에 

영국 사람들은 일단 지키기는 하겠지만, 웃긴다라는 평을 늘어놓았고,

Rule of SIX는 패러니 및 개그 주제의 제물이 되었다.

영국 FB에 떠돌아다니는 짤.



이미 두 자릿수로 내려온 국내 확진자 수와는 현저히 다르게,

영국은 아직도 하루에도 몇백 명씩 확진자가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미는 저 웃기지도 않은 정책 덕에

사람들은 그냥 "될 대로 돼라."라는 식인걸 보란 듯이 보여주듯이

이미 크리스마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모태 천주교에, 세례 명 부터해서 모든 가톨릭 신자로서의 격식이란 격식은 다 차린 나지만,

내가 직접 종교 결정권을 가졌던 중학교 때부터는 크리스마스는 그저

돈지랄할 궁리를 만드는 아주 좋은 수단으로 전락했다.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사러 가자는 

남자 친구의 누님 메시지를 그룹 챗에서 보고는,

"도대체 왜..???"라고 하며, 이건 너무 이른 돈지랄이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냥 "도대체 왜...??"에서 그쳤고, 

같이 크리스마스 돈지랄을 하러 가기로 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훨씬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제트 레그가 별로 오지 않자 당황했다.


하지만, 감기와 영국의 정말 그지 같은 초겨울 흐리멍덩한 날씨와

해한 점 없는 날씨를 보며,

하루하루 잡치는 기분을 보내고 있다.


잡치는 기분이다 라는 이유로

나는 제트 레그가 없음에도 여전히 낮에 낮잠을 자고 있다.


나에게 1주일에 기간을 주었다.

계속 이따위로 생활하다가는 엄청난 후회를 할 것이라는 걸 예견했기에,

이런 잡치는 기분으로 늦장을 부릴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딱! 일주일, 7일만 주기로 했다.


열심히 옆방에서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남자 친구를 보며,

살짝 찔리기는 했지만,

나는 나를 너무 잘 알기에, 찔리는 건 찔리는 거고,

안 꼴리는 건 안 꼴리는 거다. 

라고 생각하며, 이 흐리멍덩한 영국에서 흐리멍덩한 나에게

조금 더 적응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시동이 걸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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