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상이 정말 그립다.
오늘 날씨가 엄청 좋았다.
무지개도 떴었다. 그새 사진도 찍어보았다.
그러면서 상하이에서 날씨 조으면 카페 가서 노닥거리던 그 생각이 났다 정말 자연스레.
그 일상, 그 카페에서의 사람들, 그 카페의 냄새 갑자기 그 축축한 상하이 냄새가 너무 그리웠다.
그리고 건넌방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 친구께 (경제권이 남자 친구에게 돌아간 지 어언 2달째...)
"나 타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노닥거려도 되니.."
라고 물었다.
그때는 지겹다고 생각했던 그 카페의 노닥거림이 너무 그립다.
정말 그립다.
나는 커피人이 확실하다.
정말 커피를 좋아하고,
죽처럼 끓인 맛없는 라면은 먹어도,
맹탕처럼 끓인 잡 커피에 얼음 가득 넣은 메가 아이스커피는 절대 못 먹는다.
나는 정말 카페를 가면 노닥거리러 가는 게 아니라
정말 커피를 마시러 갔다.
상하이 카페는 노닥거릴 수 있으면서도 맛이 좋은 커피전문점이 너무나 많다.
그게 신기했다.
내가 막 학사학위를 밟을 시절 2011년.
우리 학교 주변에는 밀크티 나이차 집 밖에 없었다.
맨날 11위안( 그때 당시 1700원)만 주면 진짜 원 없이 밀크티를 마셨다.
학교 안에는 커피를 마시는 애보다 당연히! 100% 밀크티를 마시는 애가 많았는데.
갑자기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우후죽순으로 커피전문점이 생겨나더니
스타벅스는 그냥 500m만 가면 새로 있는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그리고 바리스타가 엄청 생겨났다. 핸드드립을 주로 하는 정말 빈티지한 가게도 많이 생겼고,
내 앞에서 핸드드립을 내려주면서 커피를 가는데...
크.
그 냄새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운남, 중국의 차의 고향지.
거기에선 이제 커피를 재배해 전 세계적으로 판다.
그리고 그 커피는 중국에서만 제대로 먹어볼 수 있다.
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도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커피, 상하이의 온갖 나의 사랑들, 카페들을 뒤로하고,
나는 당연 영국처럼 선진국도 그런 전문점이 어딜 가나 있겠지! 하고 믿고 의지하고(?)
왔는데....
쩝.
여기선 코스타 커피 한번 먹기도 힘들다.
이런 시골 촌구석에서는 스벅 한잔도 힘들다.
커피콩을 갈아 마시면 정말 맛이 없다.
차는 그렇게 맛있는데...
커피콩은..........
그래서 카페 노닥거리기는 애초에 관뒀다.
그리고 가끔 오는 날 좋은 날, 나는 항상 멍하니 상하이의 꿉꿉한 날씨와 그 카페들을 떠올린다.
구글링을 하면서 어딜 가야 내 사랑들을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을까... 하지만.
쉽지 않다.
일단 코로나 끝나고,
이사도 좀 하고,
시내 쪽으로 터를 잡아야 그게 가능할 것 같다.
정말 한국, 상하이에서는 줘도 안 먹는 캡슐 커피에 오트 우유를 타 먹으며,
버티고 있다.
2021년에는, 제발, 내 사랑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 시국에 할 말은 아니다만,
나가서 카페에서 노트북 키고 커피 한잔에 일하다 노닥거리다, 그러고 뉘엿뉘엿해가지면
집에 돌아가 식은 커피마저 비우며, 넷플릭스 보고 싶다.
상하이, 너는 잘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