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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Nov 19. 2020

나는 돌덩이를 맞을 준비가 되었다.

와라 세상! 

몇 번에 걸쳐 몇 달간 물고 늘어졌던 영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 Redesign 프로젝트를 

드디어 끝마쳤다.


물론, 그 쇼핑몰과 나와는 업무상으로 전혀 상관없는 관계긴 하나, 

나 스스로 셀프 독학으로, 다른 케이스 스터디와 범접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이걸 또 글로 풀어내었다니 참 감회가 새로우면서, 살짝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제, 나는 돌덩이를 맞을 준비가 되었다.


 


UXUI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제일은 

역시 비평을 받아들일 오픈마인드라고 한다. 

그냥 무턱대고 비판을 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이 세계야 말로 정말 트렌드를 많이 타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발맞추어서 

나아가 야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갑자기 생전 본적 없던 

종류의 비평이 나에게 날아올지 모른다.


그리고 아주 새내기인 나로서는

그저 누군가 혼자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그냥 구린데.?" 도 좋으니

비평, 비판, 돌을 그냥 던져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혼자 공부하고 독학하고, 혼자 시간을 짜서 커리큘럼대로 매일매일을 살아간다는 건

참 고독하고 외롭다. 누군가 화상으로 불쑥 나타나,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란다, 이렇게 하렴.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하루에도 천만번을 넘게 한다.


아... 이거 궁금한데.
이건 또 답을 어디서 찾아내야 하지...
이건 또 뭐야?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만약.... 상황이면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지?
(타닥타닥)
구글링 중..
(딱히 명확한 답은 안 나옴.)

이 짓거리를 하루에도 억만 번을 넘게 한다. 

그리고 이런 독학의 고독 끝에 찾아오는 건,

이렇게 악착같이 내 모국어도 아닌 자료를 찾아보면서 익히고 있는 나에게 

칭찬이 아닌,

아니 나 이렇게 바보였단 말이야? 도대체 왜 난 안되지?

뿐이다.

그렇다 그렇게들 이 세계에서 직업병처럼 달 고산 다는 IMPOSTER SYNDROME 

나는 부족하다 부족하다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계속 미친 듯이 딱히 답을 주거나, BOOST를 주는 것도 아닌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

뭐라도 배울까 싶어서.


UXUI라는 개념 자체가 외국 영어권에서 오는 것 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보다,

영어로 공부하는 게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기에 좋다.


그리고 한국은.. 웹디, 그래픽 디자인 외에는 정말 취득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UXUI가 한국에서는 홀시받는 얘기도 왜 나오는지 공부 하루 만에 알았다.

정말 뭐가 없다.


그러니 영어로 된 자료들을 다 훑어봐야 하고, 그걸 또 써보고, 익혀야 하는데.

나는 정보, 테크니컬 한 것을 습득하기에도 바쁜데, 세상에,
모르는 단어 찾기 바쁘다.


나중에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케이스 스터디를 영어로 써서 올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문장을 어떻게 구성하고, 워딩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캐주얼한 어투로 전달하는지 아니면 Formal 한 지 등등..

공부 외적인 것도 미친 듯이 익혀야 한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이미 이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싹 다 정리해

이미 draft로 올려놓았다.

근데 현실은 Enhance 가 나을까 improve가 나을까

를 고민하고, 어법이 이게 맞나를 고민하다, 그 고민 덕에 내 아이디어는 홀라당 넘어가버린다. 


내가 native 였다면 어땠을까?

상하이에서도 이 생각을 무지막지하면서 살았는데, 좀 나아졌다 싶더니,

이제는 다시 영어로 돌아와, 

내가 모국어가 영어였으면 이건 아무런 문제도 아닌데....

생각을 하게 되니. 씁쓸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실제 UXUI지식을 익히는데 150% 200%를 써도 아쉬운데,

40% 이상을 영어에 쏟아야 한다니..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괜스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올라오는 America Born Korean들의 UX여정기 비디오를

보고 있자면, 짜증이 올라온다.


적어도 너희는 영어 때문에 공부하는데 방해될 일은 없잖아! 



돌덩이 맞을 준비 다되었다고 했다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돌덩이를 맞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돌덩이에 적혀 있는 평가도 모으고 모아

다시 이 프로젝트를 완벽에 가까운 프로젝트로 만들어

내 포폴에 올려야 한다.


누가 인정을 해주거나,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제 스스로 뭔가를 찾아서 하는 건 정말 왠 간한 동기 아니면 하기 힘든 것 같다.


이 프로젝트도 4월에 6월에 엎었다가, 완전 리서치부터 다시 해 9월부터 다시

목록부터 짜기 시작했다. 


나도 이런데,

실 업무자들은 어떨까?


쉴 시간이 없다.

빨리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해 또 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백수는 쉴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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