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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Nov 12. 2020

"떼"말고, "때"는 항상 있다.

2차 락다운 직전, 영국 이삿집 장만 여정이란..... 

으른들이 말씀하시길

"때가 되면 다된다."

"때라는 게 있어, 몸 떼 말고..."


그때라는 걸 이번에 아주 실감한다.

나는 "때"라는 게 "운명"을 뜻하는 것 같고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라는걸 의미하는 것 같아,

"옘병 그딴 게 어딨어!"

했건만.


인생은 참.. 


아.

영국은 다시 락다운에 들어갔다.

2차 락다운, 그것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리스 존슨, 참 장하다. 



2차 락다운이 들어가기 무려 3주 전


이렇게 경제가 허망하게 꺼져가는데, 2차 락다운이 될지도 몰랐지만, 

락다운이 올지도 모른 체, 우리는 그저 "부지런함"으로 집을 구하고 가구를 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상하이에서는 그리도 찾기 힘들었던 내 집을, 내장 소를, 내 곳을 

여기서는 한방에 찾아 한방에 예약했다.


상하이에서는 집 한번 중개인을 통해 구하려면 

이사하기 2주 전에 구하라면서, 사람을 개뺑이를 친다. 

하루에 4건 이상을 도는데, 그것도 시간이 잘 맞아야, 4건이지, 집주인 기다리는 시간만 거의 하루 절반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이사시즌만 되면 머리가 한 움큼 씩 빠졌다.


울기도 얼마나 울었는지....


영국은 또 달랐다.

한번 봤을 때 잘 보고, 이거다! 싶으면 바로 낚아채야 한다고 한다.

안 그러면 매물이 항상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집 구경을 다하고 나서는 순간, 다른 누군가에게 

낙찰이라고.....


상하이에서는 온라인 매물, 온라인 플랫폼이 있으나 마나였다.

그 집 사진이 그 집 사진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위 매물도 많았고, 무려 집이 막 지어졌을 때 찍은 사진도 (5년이나 지났음에도...) 올려놓고 사람들은 미친 듯이 낚아대기 바빴다.


그래서 꼭꼭 사람으로 된(?) 중개인을 만나고, 얘기를 들어보고, 내가 원하는 집 모양의 대략적인 사진을 보여주고, 이게 내 마진선(?)이라고, 이거 이하는 절대 절대 안 본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서야 집을 보러 다녔다.


영국은 또 또 다르다.

온라인 매물이 실매물과 100% 같다.

사람이 들어산 다면 그것 또한 같고, 뭔가 상식이라는 게 넘쳐난다.


그래서 이 covid시즌에 미친 듯이 온라인을 둘러보며, 심성 좋게도 올려놓은 비디오까지 보고 나면 1차적으로

걸러진다.

그러고 나서 찾아간다는 건, 거의 맘에 들었으니, 마지막 한방을 꽂기 위해서 간다는 거랄까.


그 마지막 한방이, 내 첫 구경에서 일단락되었다.

그냥 여기다,

여기로 하자 가 되었다.


그렇게 집을 예약하겠다고 DEPOSIT을 주고,

나는 아직 계약서에 들어갈 수 없어, 

남자 친구 이름으로 Reference를 체크했다.


일명, 백그라운드 조사, 뒷조사되시겠다. 


정말 무슨 경찰 조사받듯이 쥐 잡듯이 뒤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 한국에서는 월세만 꼬박꼬박 주고, 내가 범죄자만 아니면 되었는데.

이건 무슨,


월, 년에 얼마를 버는지는 기본이고,

일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핸드폰, 혹은 다른 Finance로 할부로 넘어가는 가구나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고,

부모는 뭘 하는지, 부모는 무슨 일을 했는지 (본인 reference 가 안되면, 부모님을 걸고넘어져야 한다. 당사자가 문제가 생기면, 그들이 보증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등등... 아주 까다롭다.

이것만 한 2주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소유가 되었다.

하지만, "마침내"라는 말을 이렇게 이르게 내뱉어선 안 되는 거였다.


영국은 가구가 배치되어있는 아파트, 집 등이 없기 때문에,

다! 내가! 사서! 들어가야 된다.

물론 세탁기, 냉장고, 가스레인지는 있다. (아이고 다행이네.. 천만다행이네,,)


다른 가구, 램프, 소파, 침대, 옷장, 서랍, 책상, 의자 등등등....

몇백만 원씩 들어가는 가구들은 죄다 우리가 사내 야한다.

그리고 나갈 때는 또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고.


11월 2일 우리는 가구 순회(?)를 나서기로 했고,

그러기로 하면서 목록을 짜고 있는데...

보리스 존슨이 청천벽력 같은 개소리를 공지하시는 바람에,


우리는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RANGE, IKEA B&M, JOHN LEWIS, NEXT 등등 등등 등 이하 100개...

을 돌아다니며 물어보고, 사진 찍고, 재고... 등등을 하였다.


정말 허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이 짓을 다들 어떻게 하는 건지, 존경스럽다.

진짜 존경스럽다는 말만 엄마에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1주일 만에 모든 쇼핑을 끝냈다.


"일이 되려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

라는 게 나와 남자 친구 입에서 튀어나왔고

우리는 이 집이 우리 집일 될 거라는 걸 애초에 알았던냥

행복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우리가 느긋하게 11월 초에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면?

아니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면...

..

끔찍하다.

나를 아주 칭찬한다.

굳 잡.



락다운이 다시 2차로 시작되고,

우리는 애초에 부지런히 집을 둘러보았던 서로를 칭찬하며

락다운 같지 않은 락다운을 보내고 있다.


3주 뒤 내 집이 될 Riverside 아파트 뷰를 보고 또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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