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eongrim Amy Kang Apr 17. 2021

다시 손으로 써보기 시작했다...

목적은 같은데, 수기 VS 키보드, 다르다.

약 10개월 남짓 UXUI를 혼자 공부하면서,

이것저것 미친 듯이 주서 듣고 보고 배운 것들이 한순간에 뇌에서 사라지는 게 아까워 

나는 엑셀 시트에 나의 일정, 내가 배운 것들 한동한 이것저것 기록하곤 했다.


그러다가 키보드 치는 것 마저 지겨워지고, 힘들어졌던

전형적인 나의 "우울" 기간이 몰려오고, 

엑셀에 내가 배운 것 (얼마 되지도 않는)을 키보드로 치는 것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으로 인한 타격은 상당되었다.


내가 공부하는이 UXUI라는 것은, 

언어 공부와도 같다.


연습을 한동한 하지 않거나, 써먹지 않으면,

금방 사라지고 없어진다.


그렇게 사라진 것을 다시 되돌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이게 뭐하는 똥개 노동인가." 싶어

다시 수기로 나의 일상, 계획을 쓰고, 체크를 해가며, 엑셀에 내가 배운 것을 다시 차곡차곡 기록해 나아가고 있다.



확실히 나는 보고 듣는 동물이라 그런지,

정말 그냥 캠퍼스에서나 쓸법한 노트패드에, 

TO-DO 1. 2.. 3....

이런 글자와 목록을 보고 있자면, 그리고 그걸 써내려 갈 때면,


"아.. 그래도 내가 뭔가는 했구나,
이 찬란하게 운 좋은 백수생활을 그냥 하수도에 물 보내듯
흘려보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이 씻겨갔다.


그 목록에 초록색깔 펜으로 (유치하게) 

to-do 리스트를 끝내면, 하나씩 쫙쫙 그어내리는 맛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뭔가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 것 같달까.



독학, 혼자 공부하는 것은 참 힘들다. 


끊임없이 홀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잘하고 있는지 없는지를 체크해주는 제3자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 계속 잘하고 있다 못하고 있다를 스스로에게 말해줘야 하고,

임포스터 신드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북극성 삼아 꾸준히 뭔가를 해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공부에는 지름길이 없다. "

엄마가 항상 입에 닳도록 귀에 닳도록 말씀하시던 말이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그걸 맘속 깊이 담아두고 살고 있다.


공부에는 지름길이 없으니, 정말 누가 열심히 성실히 엉덩이 붙이고 하냐에 따라서,

성과가 나뉠 것이다.


그런데 또 내 안의 악마는,

"과연 지름길이 없을까?" "저기 석박사 딴 아이들 봐, 저기 유명 디자인대 나온 애들은? "

"저 아이들은 너보다 더 잘 나가는걸? 석사 있는 애들이 너보다 지름길은 아니어도,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을걸?"

하며 나를 짓누른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런저런 생각에 내가 해야 할 것도 앞에 두고는

멍 때리며, 입에 손을 문다.


딱히 기관에서 정해놓은 커리큘럼, 시간표가 없이 내가 혼자 알아서 한다는 건,

숨 막히는 압박감과, 나 혼자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항상 뒤엉켜 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몇백만 원이나 하는 부트캠프를 이제라도 들을까?

빚을 낼까?

수십 번을 고민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내가 기록해놓은 

노트, 엑셀 시트를 보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이렇게 까지 했는데, 안 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작가의 이전글 아, 나는 보고 듣는 동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