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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pr 22. 2021

"껍질"을 깨다

부재: 탈색 후 인간이 바뀌다.

"Amy has came out of the shell."

2021년 내가 다른 이에게 받은 평 중에서, 가장 좋은 평인 것 같다.


껍데기를 깨버리고, 나왔다.

직역하자면 그렇지만, 참 많은 의미를 내 담고 있다.


이 평은 고작 그룹채팅에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푹 뱉어버린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그 한마디가 이런 평을 만들어낼 줄 누가 생각했을까?


일단 Shell이라는 게 무슨 의미 인줄 안다.


나는 저 Shell을 머리 탈색 하나로 깨버렸다.

그 점이 참 웃긴다.



영국 파트너의 가족 그룹채팅에 나는 일찍이 2020년부터 끼어있었다.

왜인지 굉장히 불편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졌지만, 

꼭 해야 하는 것처럼 (이 팀에 들어오면, 팀 조끼는 꼭 입어야 돼 느낌.) , 나는 쭈뼛쭈뼛 그 자리에 들어가 있었다. 우리 가족 채팅방도 없었는데....


그리고 거기에서 그렇게 시시콜콜, 정말 뭐든 작은 일 하나도, 스토리텔링으로 살을 붙여 이야깃거리를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이가족을 보면서, 이야 참 대단하다 싶다가도, 

가끔 짜증 나고 불편했다.


나는 말주변도 없거니와 (선택적 내성적이라고 스스로 단정 지었다.), 저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 그래도 딱딱한 나의 SHELL을 더 두텁게, 혹시 모르니까 라는 생각으로 쓰고 또 쓰고 , 가만히 정말 집구석에 처박힌 가마니처럼 있었다.


아마 이런 내 모습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처음 본 사람들을 정말 싫어할 모습이다.


그리고 그건 내 파트너 가족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절대 이분들은 언급을 하거나, 나를 일부러 끼고, 얘기하려고 강제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냥 되려 찔렸다.


어른들 앞에서 그것도 내 파트너 될 사람 직계가족들 앞에서 이건 너무 "싸가지" 없는 행동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죽어도 못하겠다 스스로 생각했다.

내가 만들어놓은 "얌전하고, 덜 미치고, 세상 시선에 정상적이고, 똑똑하고, 체면치레 잘하는" 그 껍질을 정말이지 왠 간하면 10년이 지나도록 깨고 싶지 않았다.


왠간히 내가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같이 밥을 먹어도, 공통사가 없다는 이유로 말을 안 하려고 했다, 영어도 자신이 없었다.

"왜 너는 우리 가족들만 앞에 있으면 영어가 Pigeon (비둘기처럼 바보..라는 뜻이다.) 되냐."라고 항상 핀잔을 들으면서도


"아닌데? 그냥 할 말 없어서 안 한 건데?" 하며 

다음엔 가족모임 좀 안 갔으면 좋겠다, 하 지겹다. 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이런 이기적인, 나쁜 년을 보았나.. 싶다.



그렇다,

저 모든 모습이 고작 머리 탈색, 그것도 아수라 백작 같은 탈색 한 번에 바뀌었다.

깨졌다고 해야 맞다.


"살짝 미치고, 도라이 같은데, 정상생활은 하며,
똑똑한 것 같지만, 멍청하고, 엉뚱한 소리를 잘하는"
그런 나의 속살을 내보였다.

내가 한창 한국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하고 있을 적,

내 파트너 누나의 생일이 내가 영국을 도착하고 자가격리 까지 끝내고 나서 인걸 확인했고,

누나는 가족 채팅방에,

" All welcome! See you all soon." 이라며 달가운 코멘트를 남겼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그걸 보고, 너무 장난이 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Well, Hannah, I might have covid on that day.. lol" 

라고 무심히 툭 보냈다.


그 답장이 굉장히 웃겼나 보다,

남자 친구도 남자 친구 아버지도 다 같이

"나도 그때 약속 있어 웁스! 못 가겠네 ^^"를 시전 했다.


그리고 온 가족이 깔깔거리는 이모지를 내보이곤 

한나는 "다들 엿 먹어.."라고 한마디 하고는 웃긴 에피소드로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가족모임에서 다들 내가 저렇게 한마디 한 것에 웃기도 참 다행이라는 듯이

내가 점점 더 다가오는 것 같다며 칭찬을 하셨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저 얌전한 상태를 계속 지속하며, 가족들과 대면대면 하진 않지만 그냥 적당히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계속 궁리하던 나에게, 

저 하찮은 에피소드는 참, 내부 전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전체 탈색이 할 거면 더 낫지 않냐는 디자이너 선생님께,

꿋꿋이 

"아니요! 반반 할 겁니다." 했다.


그리고 뚜껑은 내 머리 색, 그 안은 양아치 노란색으로 탈색을 했다.

그리고 정말 만족스러웠다.


정말 개털 빗자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머리는 다행히 아직까지 이 영국 석회수 물에도 잘 버텨주고 있다. 항상 드라이할 때 바비인형 머리처럼 뻣뻣한 플라스틱 같지만,

항상 거울을 보며, 

"음, 정말 나 같다."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반은 미치고, 반은 덜 미친 그런 나.

다음엔 여기에 보라색을 넣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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