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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pr 27. 2021

자투리 생각들...

흠칫 흠칫생각나는것들, 혼자 주저리는 것들.

어제 운동을 정말 1년 여만에 갔다 왔다. 드디어 Gym이 문을 연 것이다.


PT를 팔으려고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오는 세일즈나 트레이너들에게 이렇다 저렇다 설명 들을 필요 없이 바로 온라인으로 회원 신청하고 돈 내고,

언제 시작하는지 날짜까지 정하고 나면,

멤버십 카드번호가 생성되고 금방 앱을 깔아버리면 끝......


나는 운동 갈 준비가 되었다.


그런데 이 1년 여 동안 왠간히도 썩어버린 몸뚱이는, 아직 인가보다.

이전에는 2시간도 거뜬히 해왔던 똑같은 루틴의 웨이트를 20분 정도밖에 안 했는데도,

온몸이 쑤시고 저리다.


이렇게 아프고 나면 근육이 다시 좀 붙겠지.


내 머리도, 매번 아파도 상관없으니, 아프고 나면 좀 똑똑해져 있으면 좋겠다.

그럼 천재가 되어있을지도......



박완서 작가님이 쓰신 달구경에서,

어릴 적 해질 무렵까지 어른들이 안 돌아오시면, 동구 밖에 까지 나가서 어른들을 맞이하러 나갔다는 구절이 있다. 

그걸 보자마자,
어릴 적 운영했던 학원 때문에 엄마가 새벽 2시까지도 안 들어오는 날이면, 

졸리는 눈을 부여잡고, 엄마 발걸음이 복도에 들리기를 계속 빌었던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엄마는 오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마중 나온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마 본인을 위해서겠지......
(하루 종일 너무 바빠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때가 많았으니..... 이럴 때 생각하면, 부려먹을 건 다 부려먹고 딴짓이나 하고 자빠졌던 나의 아버지란 인간에게 정나미가 더 떨어져, 손발이 차갑다.)

이리저리 야식 같은 찬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옆에서 하루 종일 굶은 비둘기 새끼처럼

아아 거리며 뺏어먹기 바빴다.


그냥 그 생각이 요즈음 자주 난다.

엄마를 새벽에도 기다리면서, 엄마가 오늘은 뭘 만들어주실까 하는 그 철없는 마음.


엄마는 그때 엄청 힘들었다고 한다.

오자마자 밥 찾는 내가 너무 짜증도 났다고 한다.


근데 나는 그 시간이, 그 기억이 그렇게 좋게 남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영국 GP에 내 이름을 정식으로 등록했다.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대, 종합병원, 동네병원, 보건소 등등으로 나뉘듯이,


왠 간하면 일반 사람들은 대종 합병원을 가기 전에 GP (주치의가 있는 곳?이라고 하면 알맞을까)

를 등록하고, NH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나도 내 약을 언제까지고 한국에서 바리바리 들고 와서 아껴먹고 쪼개 먹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외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다..

굉장히 신기한 걸 알아냈다.


그냥 외국인이던 내국인이던, 공짜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1주일 안만 있을 여행자이던 6개월 미만으로 살던, 언제든지 GP를 등록해서 

의사에게 진료를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처방약은 다른 영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내면 된다.


허어.. 이렇게 신기로운 일이 있다니.


외 국인이니까 당연히 내 국인과는 어떻게든 대우가 다를 줄 알았건만...

심지어 Therapy 세션도 어찌어찌하면 비싼 돈 안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때가 없다.


물론,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몰라, 리셉션 창구에서 뭐라고?를 한 세 번 물어본 나에게,

엄청난 치욕의 눈빛을 안겨주며, 싹수없었던 창구 언니의 태도는 달갑지 않았다만...

뭐. 공짜로 받는데 이 정도쯤이야.


근데 더 신기한 건, 그냥 전화로 나의 상태 내가 필요한 약만 물어보고,

알았어! 바로 처방전 써줄게~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뭐.. 나야 좋지만, 누군가 이약 그냥 한 번에 털어버리는 사람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

갸웃했지만, 내가 알바인가. 


나는 자본주의의 딸이다. 오지랖은 접어두고,

약 타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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