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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pr 28. 2021

줄 수 있는 게이 글밖에 없어

엄마 앞 디지털 전상서

엄마가 내 글을 본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글을 쓸 때마다 머리에 떠오른다.


엄마가 보니까 조심해야지가 아니라

엄마가 보니까 더 풍족하게 써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나는 애교 넘치는 딸이 아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리고 곁에서 애교 넘치는 딸이 뭔지를 손수 보여주는 남 친노 누나를 보고 있으니 더 그렇다.


내가 애교가 잇는 줄 알았는 데

난 되게 무뚝뚝했구나 하며 반성중이다


물론 엄마는 내가 애교가 이었다면..

이 년이! 미친년 약 먹을 때 됐니?

 하며 기겁하겠지만...


얼굴 보며 이런저런 한숨이 푹 꺼지는 말은 많이 했어도,

활기차고 힘차고 혹은 노모의 마음이 푹 하고 노 여질수 있는 그런 따뜻한 말은 한 번도 못 했다.


나쁜 계집애..


그래서 글이라도 보신다니 더 풍요롭고 힘차지만 또 더욱 내가 엄마 곁에 잇는 거처럼 나답게 쓰려고 노력한다

책도 많이 보며 어휘력도 높이려 노력 중이다.


헤르만 헤세는 어려워...


한때 잠깐 띄엄띄엄하게 혼자 유튜브 보면서 독학한 서툰 스킬로,

유튜브에 브이로그 겸, 커플 로그를 올려본 적이 있다.


현재는 다시 또 쉬고 있다.


정말 유튜브의 편집이란 것은 장난이 아니다.

자막부터, 톤, 그리고 소리, 배경화면 배경음악, 그리고 썸네일 그래픽까지 정말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5분에서 10분 남짓한 비디오를 랜더링 하고 내보내려고 거의 2일은 꼬박 그 비디오에 내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컴퓨터 앞에서 이어폰 꼳고 계속 같은 구간을 10번이상 돌려보는 나의 모습이란......


이러한 이유로, 엄마가 즐겁게 보고 있었다는 브이로그도 잘 못 올리게 되었다.


공부할 것도 배울 것도 내 웹사이트도 만들어야 하는 시간에, 비디오에 그렇게 많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쏟자니. 뭔가 배꼽이 배보다 더 큰 것 같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쉽게 손을 떼 버리더라. 


어디에선가 내 조그만 두뇌 속에서,

저 유튜버는 비디오 클립으로 자기 생활과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고,

나는 글로 나타내 보이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내 조그만 두뇌에 저 조그만 구석에서는,

아 이렇게 찍으면, 저렇게 찍으면, 아 이내용으로 찍으면..

재밌겠다...

라는 생각은 끊임없이 들고 있으나.


감히 카메라를 잡고 구도를 잡고, 배경, 소리, 얼굴, 빛까지 신경 쓰며, 나중엔 컴퓨터 렌더링을 붙잡고 씨름할 생각을 하니, 토가 나와 바로 고이고이 접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도 글을 쓴다.


엄마가 좋아했으면 좋겠다.

나는 좋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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