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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Nov 16. 2021

뭐든지 앞서 나가지 않기로 했다.

나와 나와 같은 이들에게 하는 선언문.

한국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서 지낸 지 어언 1달 하고도 반.

한국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다 보니 생기는 시차 12시간에 내 몸은 어느새 축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뇌와 마음도 축이 났다.


사람의 낮과 밤이 바뀐다는 건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것이며,

가끔은 신경쇠약과 노이로제를 불러온다.


뭐 뮤지션들은 이렇게 종종 일한 다던데. 

대단들 하시다. 뭐 어떻게 일하는지 옆에서 딱 붙어 보고 싶다.


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무조건 잠은 밤에 자는 인간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한다.




원래 성격이 온갖 걱정거리를 내일 내일모레의 그리고 10년 후에 것 까지 끌어와 생각하는 모양이라, 어쩔 수 없이 밤에 일해 축난 나의 몸과 마음이 다시는 절대 보고 싶지 않았던 저 더러운 성격을 다시 끌고 와버렸다. 


거의 6개월 내내 필요 시약은 복용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 새벽 3시 4시에 미팅을 하고 있자니, 없어도 되었던 필요시를 어느샌가 2년 전에 받아 놓았던 것 까지 뒤적뒤적거려 복용했다. 약 효과는 1년이 지나면 없어진다는데, 나는 그냥 맹 알약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필요시를 뒤적거려 먹는 나는 나의 이 행동은 내 마음에도 영향을 무던히도 끼쳤다.


왜 다시?

한창 너무 좋다고 했지.

It was too good to be true...

그럼 그렇지.

등으로 넘어와 내속을 썩혔다.


거기에 활활 기름을 쏟아부었던 것은,

소통이라고는 눈에 찾아볼 수 없는 팀과, 나를 UNDER THE BUS에 밀어 넣었던 팀 리더, 그리고 그런 상황을 다 눈치채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에게 질책을 가했던 PM까지.


점점 나는 미팅 도중 비디오를 껐고 ( 내가 울먹거리는 혹은 개짜증 난다는, 다 꺼져버리라는 똥 먹은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내가 말하지 않은 순간엔 마이크마저 꺼버리고, 한숨을 들이쉬고 내셨다.


역시 어느 곳이던 6개월이 고비라더니...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맑게 하고, 요가와 명상을 병행하며, 정말 최상의 컨디션과 최상의 정서안정을 잡고 들어간 내가 그리도 기뻐했던 회사건만.

결국 사람이랑 같이하는 곳은 어쩔 수가 없다.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또 이러면 어쩌지,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또 한숨들 이쉬고 내쉬면서 시답지 않다고 대꾸하면 어쩌지,
또 팀 리더가 나를 버스 밑에 깔려 죽으라고 넣어버리면 어쩌지.
내가 또 필요시를 찾게 되면 어쩌지.
또 옛날 상하이의 그 암울했던 시절로 돌아가면 어쩌지.
이게 나의 이후 결혼생활에 파트너십에 영향을 끼치면 어쩌지.
내 아이에게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 내 아이가 나처럼 불안장애를 앓으면 어쩌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또 실망을 끼치면 어쩌지.
내 인생이 그냥 이렇게 고장 난 채로 삐걱거리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그냥 가버리면 어쩌지.

아주 점층적으로 저 10년 후 20년 후까지 생각하는 나를 바라보며, 어제는 글쎄 정말 오랜만에 오른팔이 저릿할 정도의 불안 증세와 패닉을 얻었다. 물론 약의 힘을 빌려 어찌저찌 자기는 했다만. 아침에 일어나니, 그렇게 한탄스러울 수가 없었다.



좀 약을 줄이나 했더니,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함과 졸림을 참을 수 없어, 다시 내가 먹던 만큼으로 알아서 증량해 먹었다.

그리고 금세 9일 만에 다 떨어져 버린 약 때문에 다시금 선생님을 찾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내 파트너도 엄마도 다른 사람들도 얘기 해왔던 걸 다시 의사 선생님이라는 전문가에게 들어버렸다

그렇게 앞서 생각할 이유가 없다, 그런 감정 소모는 불필요하다.
남에게서 인정과 생각을 찾을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인정을 찾고 다른 사람이 하는 어투와, 행동, 표정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혹시나 이 글을 어쩌다 볼 수도 있는 다른 이에게도 이 글을 대짜로 보여드리고 싶다.


싸이처럼 내일 걱정은 내일모레까지는 아니어도, 내일 걱정은 내일 닥치고 볼일이고, 내일모레 걱정은 내일모레 또 없어질 수도 있다.


인정을 받고 싶고, 다른 이에게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인정 욕구는 당연한 인간의 기본 욕구이나, 그게 과해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그 인정을 찾으려고 하면 위험하다. 일단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오글거리는 말에도 일리가 있듯이, 본인 자신이 본인에게 CREDIT을 주어야 산다.


누가 본인이 해온걸 24/7, 1분 1초를 보아왔다고, 누가 알겠는가. 본인이 제일 잘 알지.


나는 혼자 꾸준히 하루 10시간 공부해, 지금까지 왔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그런 인간이다.
나는 브랜딩 가이드 프레젠테이션 발표 첫빠로 해도 겁나 잘한다고 칭찬받았던 사람이다.
그 칭찬은 진심이었다, 의심하지 말자
나는 그 프로젝트를 위해 내 풀타임 말고도 하루 4시간 정도를 며칠간 쏟아부었다, 그러니 그런 칭찬, 인정받을 만했다.
나는 저 팀 리더보다 성실히, 꼼꼼히 (Skillful 하지는 않아도) 프로젝트에 임했다.
나는 이 회사에 오래 뼈 묻을 인재가 아니다, 나는 영국에 큰 회사에 복지혜택 화방 받으며 일할수 있는 글로벌 인재다.
나는 감정 기복은 심해도, 그 감정 기복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
내가 죽으면 울고불고, 아까운 인재였다고 해줄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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